미성숙한 학창 시절엔 별게 다 유행이고, 몸에 좋지 않은 행동이 멋져 보인다. 당시 우리 동네에선 몸을 삐딱하게 기울여 앉는 자세가 유행이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리를 꼬고 몸을 비틀어 앉거나, 마치 몸이 의자에서 흘러내리다 만 것처럼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빼고 어깨를 등받이까지 내려앉았다. 최대한 삐딱하고 이상한 자세일수록 멋져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이 되면 학창 시절 때 좋아 보였던 행동과 반대로 하고 싶어 진다. 20대가 되자 꼿꼿하게 허리를 핀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누군가를 보면 고급스럽고 우아해 보였다. 이제 삐딱하고 불량스러운 자세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리를 꼬는 습관은 여전히 고치지 못했다. 아니, 고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자세가 바른 사람들이 부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내 몸에 편한 자세를 고칠 필요까진 없었으니까. '나이가 깡패'라는 말처럼, 20대 중반까진 무슨 짓을 해도 몸이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춘은 영원하지 않았다.
30대가 되자 허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쁜 자세 탓이라는 건 알았지만,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허리 통증은 피할 수 없는 직업병이라 여겼다.
기괴한 나의 수영 자세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평소 모습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말할 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지 정확한 모습은 모른 채로 생활한다. 나 역시 그랬다.
지난여름, 친구와 야외 수영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찍으며 놀다가 내가 수영하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내 수영하는 모습은 분명 완벽했는데, 실제 촬영된 영상을 보니 굉장히 이상하고 기괴했다.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기이할 정도로 기울어진 골반이었다. 평소엔 느끼지 못했는데, 물속에서 몸이 뜬 상태에서 보니 골반이 어림잡아 10도는 기울어져 있었다. 굉장히 불편해 보였고, 그 비뚤어진 골반이 시선을 강탈해 내 멋진 수영 자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이렇게 이상한 자세로 수영해왔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시 당신도 평소에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면, 한 번 그 행동을 하는 본인의 모습을 촬영해보는 걸 추천한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자신의 모습은 생각보다 충격적이다. 이 충격이 좋지 않은 습관을 멈추게 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기울어진 몸으로 열심히 수영하는 처량한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나쁜 자세'로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게 그 사소한 습관의 결과였다.
지름길은 없다
"넌 잘 때도 다리를 꼬고 자더라?" 엄마와 한 침대에서 잔 다음날 엄마가 내게 말했다. 앉아있을 때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다리를 꼬고 있었던 것이다.
심각성을 자각한 순간 당장 멈춰야 했지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혹시 반대쪽 다리를 꼬면 균형이 생겨 괜찮지 않을까?'란 알량한 기대였다. '다리 반대로 꼬기'를 검색창에 쓰고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역시나, 다리를 반대로 꼰다고 해서 비뚤어진 몸이 올바르게 돌아오거나 덜 나쁜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 묘수는 '발목만 꼬기'였다. 발목을 꼬고 있으면 다리 전체를 꼬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이 났다. 또다시 검색, 역시나 같은 결과. 발목을 꼬든 다리를 반대로 꼬든, 몸을 꼰다는 행동 자체가 나빴다.
이제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주변엔 이미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친구들이 꽤 있었다. 몸을 꼬는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 10년 뒤, 아니 어쩌면 5년 뒤 후회하게 될 게 뻔했다.
금단증상을 견디는 시간, 2주
수십 년간 몸에 익은 습관을 바꾸기란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쉽지 않다. 그 습관적인 행동을 하고 싶다고 느낀 뒤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숨을 쉬듯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다리 꼬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기본자세'로 몸에 설정되어버린 이 꽈배기 자세를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마치 그 자세가 기본값인 양, 다리를 풀고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또다시 다리를 꼬고 있었다. 한순간만 넋을 놓고 있으면 오뚝이처럼 원래의 기본자세로 되돌아갔다.
나쁜 습관은 약물 중독과 같다. 습관을 바꿀 때에도 역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3분마다 예전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다리를 하루 종일 신경 쓰고 있자니 불편하고, 짜증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가끔 못 이기는 척 꼰 다리를 풀지 않고 있으면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듯 마음이 평온해졌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은 왜 이리도 편안하고 달콤한 걸까.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후회할 게 뻔한 행동을 반복할 순 없었다. 난 바보가 아니니까.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했다.
습관을 바꾸려면 한 달 동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2주만 돼도 금단증상이 현저히 줄어들고 새로운 습관을 수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2주가 지나자 3분마다 다시 다리를 꼬았던 게 10분이 되고, 30분이 됐다.
멋진 수영 자세를 위해
다리를 꼬지 않기 위해 노력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전까진 한 장소에서 작업 시간이 4시간이 넘어가면 몸이 나무처럼 굳는 느낌이 들고 허리가 불편했는데, 이제 몸이 많이 편해졌다. 몸이 편안해지니 피로도 훨씬 덜 느낀다.
가끔은 전신 거울을 통해 의자에 앉아있는 내 자세를 체크해본다. 아직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자세는 아니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 확신한다. 비뚤어진 골반도 아직은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 수십 년간 비뚤어진 채로 있었던 것이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지.
그래도 6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교정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필라테스와 바른 자세를 매일 성실히 겸하고 있으니 분명 변화는 있을 테니까. 내년 여름엔 꼭 멋진 수영 영상을 남기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