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제 뭘 샀더라?
온라인 쇼핑 횟수를 줄였다
터치 한 번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와이파이만 있다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24시간 쇼핑을 할 수 있다. 자기 전에, 지하철에서, 식사 도중에. 스마트폰 중독이던 난 시도 때도 없이 쇼핑을 해댔다.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구입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서핑을 하다가 어떤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별 고민 없이 결제를 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구입을 하다 보니 며칠 뒤 택배 도착 알림 문자가 오면 '내가 뭘 주문했더라?' 하며 갸우뚱할 때도 많았다.
이 시대의 바보상자, 광고 배너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각종 포털사이트, 메신저, SNS 등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광고판이 있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광고 배너는 자극적인 문구로 우리를 유혹한다. '오늘 종료! 최대 90%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마감 임박' 이란 문구는 '이건 안사면 손해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소비심리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그 문구들이 내 마음을 조종하고 있었다.
이제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보다, 그 광고가 내게 필요성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일단 맘에 드는 물건을 보면 어떻게든 사야만 하는 이유가 생겨났다.
세일 광고 문구에 홀려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저렴한 가격으로 '현명한 소비'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광고판에 현혹되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한 '멍청한 소비'일 뿐이었다.
'세일', '곧 종료'같은 원초적인 단어들에 현혹되다니.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5 × 20 = 100
쇼핑 플랫폼에 따라 계좌이체, 신용카드, 체크카드, 각종 페이앱 등 결제계좌와 처리방식이 다르다 보니 내가 언제 어떤 물건을 주문했는지, 쇼핑에 쓰는 돈이 얼마인지 한눈에 보기 힘들었다.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계좌와 카드내역서에 찍히는 결제 내역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쉽지 않았다.
내가 이번 달에 쇼핑에 얼마를 썼는지 알지 못하니 감각이 마비된 상태로 소비를 계속했다. '만 원짜리니까 괜찮겠지', '5만 원짜리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5만 원을 열 번 결제해 50만 원이 되고, 100만 원이 됐다.
1. 쇼핑데이 전략
광고에 현혹되어 필요 없는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쇼핑에 쓰는 돈을 관리하기 위해 '쇼핑데이'를 정하기로 했다.
필요한 것을 메모장에 적어놨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듯 구입하는 것이다. 일단 필요한 물건을 한 군데에 적어놓고 며칠씩 묵혀보니, 그날엔 필요한 것처럼 보였던 물건도 며칠이 지나 다시 보면 없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기도 했다.
쇼핑 플랫폼도 하나로 통일했다. 결제 내역이 한 번에 찍히니 이번 달에 내가 쇼핑으로 얼마를 지출했는지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플랫폼마다 다른 혜택을 정신없이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2. 장바구니 전략
두 번째 묘수는 '장바구니 전략'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눈에 띄면 바로 결제하지 않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며칠이 지나도 그 물건이 생각나면 구입하려는 전략이었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내가 그걸 장바구니에 넣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내게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인 것이다.
이 장바구니 전략을 통해 정말 내게 가치 있는 물건만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란 문구에 현혹되지 마라. 물건은 장바구니에 묵힐수록 가치 있어진다.
'안사면 손해'인 물건은 없다
이제 택배문자가 왔을 때 대체 무슨 물건이 배송된다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일은 없어졌다.
내가 이번 달 쇼핑으로 얼마를 썼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쉬워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점은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거다. 그걸 사기 위해 들였던 시간까지. 결과적으로 시간과 돈이 모두 절약됐다.
혹하는 광고 배너를 봐도 웬만해선 클릭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물건이 아니니까,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 '안사면 손해'인 물건은 없으니까. 더 이상은 속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