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의 흠도 없이 완벽한작품이 과연 존재할까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장들도 작업을 마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보면 '이 장면은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내 손을 떠난 작품은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작품은 결코 완벽하게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개선할 부분은 언제나 존재하고 개선 방법 또한 무궁무진합니다. 만약 정해진 기한 없이 완벽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면 평생에 걸쳐 고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렇게 하나의 영상을 평생 동안 작업할 수는 없죠. 언젠가는 작업을 멈추고 결과물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체 언제 작업을 멈춰야 할까요?
내 작품의 냉정한 평론가
작품의 최초관객이자 평론가는 언제나 편집자 자신입니다. 작업물에서 보완해야 할 점, 부족한 점을 가장 먼저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도 편집자 본인, 완성된 작품을 가장 먼저 보는 것도 본인입니다. 자신이 시간과 열정을 쏟아 만든 자식 같은 작품들이기에 당연히 모든 영상에 애정이 있겠지만, 영상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다음부터는 제삼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나 혼자 감상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면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상은 다수의 대중에게 보이는 것이 목적이고, 창작자의 성과 또한 이 대중에 평가에 좌우됩니다.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먼저 작품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짚어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정말로 애정이 있다면, 그것을 아끼는 만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작품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것이죠.
눈에 걸리는 돌부리 제거하기
이는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보며 '눈에 걸리는 돌부리'를 제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돌부리는 어색한 카메라워크, 매끄럽지 못한 피부, 부족한 조명 등 촬영장의 부족했던 컨디션일 수도 있고, 영상의 리듬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돌부리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다시 평가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영상이 눈에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시점이 옵니다. 이렇게 영상의 리듬, 톤, 흐름이 마치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 그 시점이 바로 작업을 멈춰도 되는 시점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겼거나 좀 더 임팩트를 주고 싶은 부분이 보일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작업을 멈출지, 한 발자국 더 나아가볼지에 대한 판단은 현시점의 유일한 시청자이자 평가자인 편집자의 몫입니다.
단 한 가지, 프로의 세계에선 참신한 아이디어보다 높은 완성도가 더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한 내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면 참신함보단 완성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종종 너무 오랜 시간 생각만 합니다. 바로 일어나 행동하는 대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언제 행동에 옮길까'에 대해 긴 시간 동안 고민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작업을 멈추고 작품을 공개해야 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생각을 멈추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간혹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이미 이뤄진 듯한 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사실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전환될 때에만 비로소 가치가 생겨납니다. 아무리 위대하고 올바른 생각이라 할지라도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평생 가만히 앉아 책만 읽거나 생각만 해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 언제 생각을 멈추고 행동에 옮겨야 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그 시점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그 즉시'입니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반기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지 않을 핑계를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이런 핑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최대한 빨리 행동에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하고자 하는 것이 리스크가 큰 중대한 일이라면 행동하기 전 사전 작업은 필요합니다. 영상을 만들 때 돌부리를 제거했던 것처럼, 몇 가지 돌부리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방향에서 리스크를 따져보고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이 사전작업 역시 최대한 짧을수록 좋습니다. 같은 정보를 전 세계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거든요. 빨리 행동할수록 가치 있어집니다. 빈틈없이 완벽한 계획이나 완벽한 작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화하고, 어제까지 좋았던 것이 오늘은 좋지 않아 보일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