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7. 모든 것은 '한 끗' 차이
어떤 양념을 더해야 할까?
짜파게티에 트러플 오일을 한 방울 첨가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물론 짜파게티는 별다른 양념을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지만, 여기에 트러플 오일을 한 방울 추가하면 평범하던 짜파게티가 한순간 갑자기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요리로 변신합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처럼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다른 음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이전까지 세상에 없던 요리를 발명한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했던 음식에 치명적인 한 끝을 더해 특별한 음식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모든 것을 바꾸는 치명적인 한 끗
영상을 만들 때에도 이렇게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한 끗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영상이나 아무도 떠올린 적 없는 시각적 효과는 없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봐왔던 것들이죠.
세상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컬러가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색일 거예요. 우리가 유레카를 외치며 창조해 냈다 믿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세계 어딘가에서 오래전에, 혹은 나와 동시에 생각해 낸 것입니다.
영상도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흔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독특한 양념 한 방울을 추가하면 완전 다른 맛의 새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양념을 더할 땐 신중하게
그런데 만약 세상에 존재하는 진귀한 양념들을 한가득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직접 맛본 적은 없어도, 아마 맛있다고 느끼기 힘든 끔찍한 음식이 되어버릴 거예요. 작업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독특한 양념은 그 수가 적을수록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과하게 넣을수록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감소할 수 있어요. 내 영상에 잘 어울릴만한 특별한 양념을 신중하게 고르고, 그 양념의 진가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에 첨가할 수 있는 이런 양념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래픽을 첨가할 수도 있고, 인상적인 사운드 효과를 더할 수도 있고, 촬영된 영상에 비현실적인 시각효과를 더해 확실하게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텍스트 모션이나 모션 그래픽은 그 어떤 시각적 요소보다 효과가 강렬하지만 모든 영상에 이런 그래픽이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강렬한 효과는 어떤 영상에서도 시선을 독차지해 버립니다.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한 양념이라고 할 수 있죠.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사용할 땐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반면 사운드 효과는 소금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영상과 잘 어울리고, 독자적으로 맛을 주장하기보단 영상에 스며들어 영상을 더 돋보이게 해 줍니다.
이렇게 내 영상에 어울리는 양념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를 넣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리 좋은 효과여도 영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과하게 짜서 도저히 먹지 못하는 음식보단 약간 싱거운 음식이 훨씬 나으니까요.
삶에 독창성을 더하는 법
영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양념이 그래픽과 사운드효과라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양념은 '나만의 가치관'입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짜파게티에 첨가한 트러플 오일 한 방울이 그것을 전혀 다른 요리로 만들 듯이,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 이 가치관을 통해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나만의 가치관, 즉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면 늘 똑같던 일상도 달라 보이고,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 온 세상이 바뀝니다. 그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념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각에서 모든 것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만의 가치관을 갖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몇 가지 훈련을 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이 가치관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자신의 작품이든 타인의 작품이든 상관없습니다. 글쓰기나 문학 작품, 영화를 통해 얻을 수도 있고, 요즘엔 유튜브나 SNS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것들을 평소에도 자주 접하고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일상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면 아마 그것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저명한 작가라도,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어도,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어도 그들의 시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됩니다. 그들의 시각이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객관적인 시각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의 영감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가치관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양념이 되어 줄 거예요.
독창적인 삶을 살기 위해 모든 일상을 뒤집어엎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요리를 직접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양념을 더해 깊은 풍미를 더하고 음식의 가치를 높이는 요리사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양념 한 방울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