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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Feb 06. 2023

step10. 컴퓨터가 해결해주지 않는 것

마법이 통하지 않는 순간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실제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편집 도구가 컴퓨터라면, 그 시절의 편집 도구는 가위와 테이프였죠. 어떤 비유가 아니라 진짜 가위로 필름 스트랩을 한 장 한 장 자르고 테이프로 붙여 편집을 했다니까요. 믿어지세요?


요즘처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한 편집은 그저 단순히 편집 도구가 가위에서 마우스로 바뀐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클릭만 하면 이미지와 사운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효과를 입혀주죠. 가위로 필름을 잘라 편집하던 시절에 비하면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일입니다. 



컴퓨터의 마법이 사라지는 순간


그러나 이 마법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시대에도 필름을 한 프레임씩 훑어보고 일일이 손으로 편집했던 것과 비슷한 정공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아직 AI의 이미지 인식 레벨이 완벽하지 않은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인식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영상편집 소프트웨어를 배우던 시기엔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라며 당황했습니다. 제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뢰가 높은 MZ세대이기 때문인지, '컴퓨터는 틀리지 않는다', '멍청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편집 소프트웨어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제가 무언가 잘못 설정했을 거라 예상하고 제 잘못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그만큼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요.


그럴 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유능한 비서처럼 모든 문제를 알아서 처리해 주던 편리함에서 벗어나 비서 없이 혼자서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필름으로 영상을 찍던 시절의 편집처럼 영상을 한 프레임씩 넘겨가며 작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SNS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29.97 fps(1초에 약 30장의 사진이 움직이는 영상)을 예로 들자면, 2초간 등장하는 그래픽을 합성하기 위해 60장의 사진을 한 장씩 움직이며 작업해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작업이 지루하고 기운 빠지는 단순 노동이 되어버리지만, 사실 이런 상황이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소프트웨어가 완벽하게 발전해 그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고 모든 것을 클릭 한 번으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럼 편집자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10년쯤 뒤엔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걸 보니 5년이 될지도요.


어쨌든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처럼 기술이 발전된 시대에서도 때론 아날로그 식으로 처리해야 할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때론 한 프레임씩, 길고 지루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영상의 퀄리티는 확실히 보장됩니다.



언제나 묘수가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 때, 아이를 키울 때, 다이어트를 할 때, 혹은 글을 쓸 때. 우리는 일상에서 비슷한 상황을 종종 마주합니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콘텐츠는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수많은 영상, 도서, TV 프로그램에서 매일 같이 수많은 비법을 소개하죠. 모두가 '더 쉽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자부합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위한 엄청난 묘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쉽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는 일시적입니다.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는 순간 몸도 그렇게 되고, 심지어는 이전보다 더 망가지기도 하죠. 일명 요요현상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유일하게 성공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평생 지속가능한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것뿐입니다.


지금처럼 음식을 섭취하는 시대에선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나오고 효과적인 운동기구들이 발명된다 하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개개인의 신체 컨디션에 맞춘 한알의 약으로 균형 잡힌 한 끼와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라면 다르겠지만요.


모든 길에 지름길이 존재하진 않습니다. 때론 이렇게 길고 지루하고 정직한 길만이 유일한 길이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많은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착실히 쌓아 올린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더 쉽고 효과적으로 농작물을 얻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친환경으로 불편하고 정직하게 재배한 농작물이 더 각광받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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