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멀어질 때 글이 가까워졌다

by 휘청달

살아 숨 쉬는 것들에게 마음을 건넬 때마다,

그건 어느 순간 조용히 저를 지나쳤습니다.


움직임은 곧 이탈의 예고였고,

그 흐름 속에서 저는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게

자꾸 마음의 무늬를 새겨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사라지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멀어지는 손끝,

식어가는 목소리,

예고 없는 이별.

그런 것들이 저를 조용히 길들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움직이지 않는 것들에게 기대기 시작했습니다.

책장 속 말 없는 문장들,

잎맥만 남은 말라붙은 식물,

혹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는 빈 노트.


글은 저에게

살아지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닌

제 안의 감정을 조용히 정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저 자신이 그 말을 알아볼 수 있다면.


그렇기에 저는

직설보다 은유를 택합니다.

감정은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면

그 자체로 상처가 되니까요.


저는 제 감정을 누구의 마음에도

날카롭게 닿지 않도록

비틀고, 가리고,

때로는 아름답게 속이며 풀어냅니다.


그건 저를 위한 배려이자,

이 글을 읽는 누군가를 향한

조심스러운 손짓입니다.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배워서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깊은 감정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런치스토리는

그 여정을 조용히 허락해 주는

드문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비로소 저를 숨기지 않고도

머무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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