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은 매듭처럼 엉켜 있다가 서서히 풀려나간다.
기억은 젖은 종이에 번진 얼룩 같고,
감정은 부서지지 않는 조각처럼 내 안에서 무게를 늘린다.
나는 문장을 쓰는 자가 아니라, 문장에 머물러버린 존재였다.
처음엔 모든 것을 흘렸다.
그러나 넘침은 파괴였고,
삭제 속에서만 형상이 드러났다.
나는 덜어내며 남겼고, 지워내며 빚었다.
그렇게 태어난 문장들은 고백이 아니라,
깨진 시간을 다시 조립한 구조물이었다.
삶과 죽음은 늘 겹쳐진 막처럼 내 앞에 있었다.
나는 그 경계에 오래 앉아,
두 그림자가 서로 스며드는 순간을 기록했다.
흘러가지도, 삼켜지지도 못한 감정들은
얼어붙은 파동처럼 내 안에 부유했다.
나는 파편을 수습했다.
그러나 그것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지 않았다.
굴절과 변형을 거쳐, 다른 빛의 얼굴로 드러냈다.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지 않았지만, 나를 증명했다.
이 글들은 설명이 아니라 흔적이며, 위로가 아니라 형상이다.
앞선 아홉 편이 서로 다른 벽화라면,
이 글은 그 앞에 놓인 의자다.
나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당신이 이 의자에 함께 머무른다면,
그 순간이 곧 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