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by 휘청달

검은 나무는 밤을 잊은 채 자랐다.

그 아래서 나는 뿌리도 없이 숨을 멈췄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바람은 늘 멀리서만 불었다.

가까운 것은 부서졌고,

닿는 것마다 기억을 잃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

발아래 무언가 울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들여다보면 사라져서 아직 이름이 없다.


누군가는 나를 지나쳤고

나는 그 사람의 등을 닮은 꿈을 꾸었다.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천천히 말라갔다.

조용해서 아름다웠고,

아름다워서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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