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삶아 먹은 날

by 글쓰기 하는 토끼


오늘 처음으로 국수를 삶았어.

결혼 13년 차에 국수를 처음 삶았다는 것이 아니고 나 혼자 먹기 위해 국수를 처음 삶았다는 거야.

나는 국수를 좋아해.


그중에서도 맑게 육수를 내고 간장과 쉰 김치에 깨소금을 살짝 넣고 양념한 국수를 제일 좋아해.

귀찮은 것은 다 패스하고 냄비에 다시마와 멸치만 넣고 육수를 끓여.


그리고 국수를 삶는 거야.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수를 넣어.

부글부글 국수가 끓기 시작하면 찬물을 한 바가지 촤~악 넣고 삶아.

다 되면 시원한 찬물에 국수를 헹궈.

국수를 헹굴 때 나는 우리 남편처럼 하지 않아.

우리 남편은 찬물에 국수를 넣고 그 큰손으로 국수를 벅벅 문대서 씻거든.

근데 난 흐르는 물에 국수를 살~살 아기 다루듯 씻어. 뭐 어때. 나 혼잔데.


이렇게만 해도 맛있어.

다 삶긴 국수는 막 먹고 싶어 지거든.

그러면 한 젓가락 손에 착 감아 먹어 보는 거야.

아직 불지 않아 쫄깃쫄깃 참말로 맛있어.

참지 못하고 손가락에 한 번 더 감아 먹어.

뭐, 어때 나 혼잔데. 너무 맛있어.


그리고 요리학원에서 만들어 온 양념간장을 올리는 거야.

부럽지? 나한텐 만들어 온 양념간장이 있었어.

이 양념이 없었다면 난 너무 귀찮아 암만 좋아해도 해 먹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해 먹어야 한다면, 집에 간장 있잖아. 그거 넣는 거야.


그리고 조미료를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넣어. 뭐 어때. 나 혼잔데.

맛은 양념간장보단 못하겠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면 이렇게 하란 말이지.

잔치국수는 원래 손이 많이 가잖아.

지단 부쳐야 돼. 고기 볶아야 돼. 갖은 야채 채 썰어야 돼. 양념장 만들어야 돼. 김치도 쫑쫑 썰어야 하고.

생각하다 시간 다 가겠네.

그러니 이런 거 하지 말고.

뭐 어때. 나 혼잔데.


군침이 입안에 감도네. 빨리 먹어야지.

허겁지겁 먹어. 아니 이렇게 맛있어도 돼?

마지막으로 시원한 아이스커피도 먹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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