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익었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김치가 익었다. 찬물에 밥을 말아 김치 한 조각 올려놓고 먹어도 맛있는 김치가 되었다. 김치는 원래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손으로 쭉 찢어 올려 먹어야 제맛인데 말이다.

나는 올해로 혼자 김장을 한 지 6년째 접어든다. 우리 집 김치는 한 3년간은 맛있었다. 4년 차 되던 해부터 김치가 맛이 없어지더니 10월이 다 되도록 김치통에 김치가 없어질 기미를 보이질 않는 것이다.

나는 내심 초조해하며 저 많은 김치를 어떻게 처리하나.. 하며 고심해 마지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치를 꺼내 먹어 보았다. 아삭아삭 씹히면서 신맛 나는 김치는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자기야, 자기야, 김치 좀 먹어봐. 애들아, 이리 와서 김치 좀 먹어봐."

"엄마, 김치 왜 이렇게 맛있어요? 저 오늘 김치하고 밥 먹을래요."


한 달 만에 한통의 김치만 남겨 놓고 다 먹어 치웠다. 김치를 담그고 나면 배추가 무를까 봐 제일 많이 걱정을 한다. 그런데 내가 담근 김치가 무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김치가 왜 이래? 완전 망했다 "

갓김치 담은 것도 너무 짜서 한통 그대로 있다.

'저걸 다 어떤다지.'

'여름에 담은 열무김치도 짠데 어쩌지.'

열무국수를 몇 번 해 먹기는 했지만 올해는 김치가 다 짜다. 나도 사람인데 매번 어찌 맛이 다 똑같을 수 있냐 말이다.


나는 처음 김장할 때 9포기를 사서 했다. 매일 주시던 김치만 받아먹다가 직접 재료를 사서 해보니 일단 돈이 많이 든다. 얻어먹을 때는 몰랐다. 그리고 온갖 정성은 다 들어간다.

1년 치 먹을 양식인데 허투루 담을 수 있겠는가. 망하는 날에는 끝장이다. 처음에 김장을 할 때는 그랬다. 저울에 계량을 일일이 다하고, 하라는 고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따라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김장도 일상이 되고 무뎌지면서 김장이 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하기에는 세월도 이기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간사한 사람의 마음 때문일까? 이 김치도 나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사람이든 김치든 오래될수록 좋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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