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국이 생각날 때.

by 글쓰기 하는 토끼

겨울이 오기 전 김장을 할 때면 이 무청에서 나오는 시래기를 차곡차곡 쌓아 큰 드럼통에 넣고 팍팍 삶았다. 다 삶은 시래기를 또 양껏 소분해서 알뜰히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에 한 번씩 꺼내 먹는다. 파, 참기름,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멸치 다시다 육수를 내어 또 팔팔 끓여 내면 한겨울 어떤 반찬도 부럽지 않다.

나는 이 시래기를 좋아한다. 국도 좋아하고 나물로 무쳐 먹는 것도 좋아한다. 나물로 무쳐 먹을 때는 흰쌀밥에 이 시래기나물을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해서 비벼 먹으면 또 그 맛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우리 엄마는 나를 가끔 시장에 데려가셨다. 데리고 가셨다기보다는 내가 따라간 것이 좀 더 맞는 것 같다. 시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둑어둑해지면 점포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 못다 판 물건들을 떨이로 내놓을 때쯤 우리 엄마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싸게 나온 물건을 집어 들고 또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100원이라도 안 깎으면 안 될 기세라 대부분 장사꾼들은 '거저로 가져가시네' 하며 검은색 봉다리에 물건을 담아 주고 또 덤으로 더 주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뒤따르며 오는데 엄마는 또 한 가게에 멈추어 선다.

"이거 가져가도 돼요?"

하면 엄마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가져가라는 사람도 있고 500원을 내고 가져가라는 사람도 있었다. 엄마는 거기에 있는 것을 다 담아 머리에 이고 오셨다.


그것으로 우리는 한겨울 양식으로 먹었다. 지금이야 이 시래기가 귀하고 사 먹지만 그 당시에 시래기는 그냥 버리는 음식이었다. 야채를 파는 가게에서 이 시래기는 발에 치이게 많이 나왔고 너무 흔했다.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나는 엄마가 담근 된장에 이 시래기를 넣고 끓인 시래깃국을 너무 좋아했다. 엄마가 끓여 주실 때에는 항상 마음이 콩닥콩닥 했다.

다 끓인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먹을 생각에, 밖에 나가 놀다가도 이 시래깃국이 다 되었는지 한 번씩 보러 집에 들락날락했다. 음식이 다 된 날은 더 이상 밖에 나가 놀지 않았다.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니 시래깃국 한번 끓여 먹어야겠다. 엄마가 끓여 주시던 시래깃국이 간절히 생각나는 가을밤이다. 그런데 왜 이름이 시래기야?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나는 어릴 때 쓰레기를 먹는 줄 알았다. 잘못 발음하면 그렇게 들리는 걸 어쩐다?




*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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