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그릇

by 글쓰기 하는 토끼

아끼는 그릇이 깨졌다.

늘상 쓰다듬고 잘 사용하던 그릇이다. 그런 그릇은 깨질 때 그냥 깨지는 법이 없다.

선홍빛 생채기를 내기 마련이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없으면 못 살겠다며 허구헌날 붙어 다니던 관계도 하루아침에 관계가 정리되는 날이 온다. 웬수지간이 안되면 다행이다.

살 맞대고 살던 남편과의 관계도 그릇이 깨지듯 와장창 깨진다. 애지중지 키우며 온갖 정성 들인 자식과의 관계도 금이 가면 다시 붙이기란 영 어렵고 달갑지 않다. 믿음이 굳건하고 신뢰가 돈독했을 때 더 그러하다.

마음의 상처는 쉬 아물지 않고 곯을 때로 곯아 감정이 터지고 나서야 상처가 깨끗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살이 돋는다. 나는 깨진 그릇을 치우고 상처 난 손을 동여매고 잠시 아쉬워하다 다시 새 그릇을 산다. 필요해서도 사고 외로워서도 산다.


새 그릇이 왔다.

반질반질 윤이 나고 참말로 예쁘다. 드러다 보고 드러다 보니 옛날 그릇 생각이 간절하다. 이제 새 그릇에 다시 정을 붙일 차례다. 물도 담아보고 커피도 담아 본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난다. 처음엔 어색하기 그지없다. 같이 밥도 먹고 쇼핑도 한다. 헤어진 옛날 연인이 어쩌다 생각나기는 하지만 어느새 새사람이 마음에 들어앉아 버렸다.


그리고 잊혀진다.

하지만 잊혀져야 내가 살 수 있는 이들도 있다. 먼저 떠나 버린 자식, 나만 두고 먼저 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죽마고우로 지내던 친구. 마음 한켠 자리를 잡고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이들. 새 그릇이 암만 이쁜들 내 마음 미어 드는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새 그릇에 정을 붙이기 위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온갖 정성을 쏟는다. 내 마음속 한편 남을 사람으로 자리 잡기 위해.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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