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와 김칫국의 차이.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맑게 육수를 내 새콤달콤한 김치를 넣고 쫑쫑 썰어 낸 파, 마늘을 넣은 김칫국을 좋아한다. 거기에 두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콩나물까지 넣어 주면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김칫국이 된다. 하루 세끼 이 김칫국에 밥을 말아먹어도 다시 생각나는 맛이다.

나는 가끔 이 김칫국과 쌍벽을 이루는 김치찌개도 좋아한다. 김칫국은 비가 오고 난 뒤 맑게 하늘이 개었을 때 정갈하게 먹기 좋고, 김치찌개는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소주를 한잔 기울여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는 우리 둘째를 가졌을 때 정말 힘들었었다. 이제 갓 20개월이 넘은 아들 녀석과 하루 종일 지지고 볶다 보면 내가 애를 가진 여자인지 뱃속에 있는 아이는 무사한지 가끔 잊기도 했다. 6개월이 다 되어 갈 때쯤에는 조산기로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뭉쳐오는 배를 부여잡고 토끼같이 말똥말똥한 눈망울을 가진 녀석의 비위를 맞추기란, 내가 분명 스님이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사리가 한바가지였을 것이다. 죽어야 나오는 사리라 내가 직접 못 봐 안타까울 뿐이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김칫국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알다시피 임신한 여자의 심리는 보통 여자의 심리와는 사뭇 다른데 기분이 좋다가도 금세 또 우울해지며 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을 쏟기 마련이다.


더구나 와서 끓여주실 친정 엄마도 안 계시고 매일 같이 문지방이 닳도록 병원을 드나드시는 시어머님을 오시랄 수도 없고 미어 들게 서러웠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잊혀지지 않는다. 남편에게 얘기하니 돼지고기 팍팍 썰어내 듬뿍듬뿍 넣은 아주 기름지고 칼칼한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갔으니 울화통이 터져 죄 없는 김치찌개만 노려 보았다.


참다못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 구석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냄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김치를 쑹덩쑹덩 썰어 넣은 뒤 간을 조금 하고 김칫국을 끓였다. 커다란 냄비에 한가득이었으니 누가 보면 필시 김칫국에 한이 맺힌 줄 알겠다. 내 기억으로는 한 3일 동안 먹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의별 일도 다 겪게 되고 별의별 일도 하게 된다. 가장 서러울 때는 아플 때다.

아픈데 스스로 죽을 끓이고 있을 때 가장 서럽다. 엄마란 본디 무쇠팔과 무쇠다리를 가진 줄 알기 때문에 아파도 혼자서 척척해내는 줄 안다.


이젠 아이들도 제법 커 서러울 만한 일도 별로 없지만 김칫국만 보면 그때 그 일이 떠올라 마음 한켠이 울적하다.




*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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