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추 시집가는 날 - 1

by 글쓰기 하는 토끼

재래시장


배추 18포기 삼.


싱싱한 야채 삼.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고 해서 부랴부랴 김장 준비를 합니다. 남편님 퇴근하자마자 끌고 재래시장에 갔어요. 요즘 시장은 문을 좀 일찍 닫는 편이라 서둘러 갔습니다. 강릉 배추랑 근처에서 농사지은 좀 싼 배추랑 고민하다 좀 싼 배추로 삽니다. 배추를 쩍 짜개 보니 노오랗게 아주 잘 익은 것이 먹어보니 꼬시더라고요.

사장님 왈

"집에 가면 금방 먹어 볼 텐데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내가 속여 팔겠어?"

계산도 뚝딱! 저는 계산기 두드리며 확인하는데 십 원도 안 틀리고 딱 맞습니다.

"계산을 어쩜 이리 잘하세요. 암산을 진짜 너무 빨리 잘하세요."

저는 정말 침 많이 바르고 말씀드렸어요. 암산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사장님은 코웃음을 치십니다.

"그럼, 내가 40년을 장사했는데 이까 이것쯤."


필요한 야채를 마저 사고 과일을 사러 갔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 한눈팔고 계시자 옆에 계신 장사꾼이 거듭니다. 팔로 툭툭 치시며 손님 왔다 알려 주시고 뭐 필요한지 물어도 주셨어요.

여기 시장은 참 좋습니다. 보통 과일 파는데 모여 있고 야채 파는데 모여 있잖아요. 서로 경쟁도 안 하시고 손님을 뺏는 일은 더더군다나 없습니다. 정말 페어플레이를 하는 곳입니다.

옆집만 잘 되고 우리 집 파리 날릴 때 속은 어쩌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순대를 사러 갔어요. 여기는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파는 곳입니다. 순대 오천 원어치 사면서

"사장님 혹시 김치 안 주실 거죠. 여기 김치 맛있는데."

하고 남편이 말하자 사장님이 또 픽 웃으시며

"조금 담아 드릴게요."

하면서 귀찮을 법도 한데 김치도 양껏 담아 주십니다.

전 시장이 이래서 좋습니다. 아직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아요. 김장철은 또 늦은 시간까지 북적북적 대며 활기차서 더 좋습니다.

이번 김장은 망치지 말고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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