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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궁궐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19세기말 20세기 초 추정)

by 낮은 속삭임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삽병, 국립 고궁 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놓인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뜻을 담은 그림이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소나무와 폭포, 파도가 그려진 이 그림은 왕의 일상, 궁중의 의례에 반드시 세워지지만 그 도상과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이 유형의 그림은 오직 조선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조선 고유의 문화와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가장 많이 전해지는 것은 병풍 형식으로 4폭, 8폭, 10폭이 있는데 8폭과 10폭이 일반적이며, 한쪽짜리 협폭과 오늘 보는 한 폭의 대형화를 큰 액자틀을 두르고 별도의 받침대에 끼워 세우는 삽병 형식도 전해진다고 한다. 그림의 구도를 보면 중앙에 커다란 봉우리가 그려지고 작은 두 봉우리가 양쪽에 서서 다섯 개의 봉우리를 형성한다. 중앙봉우리 오른쪽의 두 봉우리 위로 붉은 해가, 왼쪽의 두 봉우리 위로는 하얀 달이 떠올라 음양을 상징하고 다섯 개의 봉우리는 오행을 상징하는 도상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더해 물까지 표현되어 그림은 우주를 표현해 내고 있으며 그리하여 이 그림 앞에 앉게 되는 임금은 우주를 주재하는 사람, 혹은 우주 주재자의 대리자로서의 품격을 지니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월오봉도>는 왕실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어좌에도 놓이지만 왕의 초상화인 어진 뒤에 설치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로 들어오면서 궁중 화원들에 의해 이 작품이 유통되면서 이 그림들을 민화의 범주에 넣는 경우가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궁궐 밖에서 매매된 작품도 분명히 존재한다. 신분과 체제가 이완되는 조선 후기 시대 상황에서 궁중의 화원들이 이를 유통시킨 일이 발생했고, 이 작품들은 주로 신당의 신이나 관왕(관우)과 같은 왕의 그림 뒤에 세워졌기에 민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양식으로 볼 때 <일월오봉도>는 당대 최고의 훈련을 받은 궁중 화원이 엄격한 구성과 화려한 색채, 정교하고 명확한 필선을 구사한 궁중 장식화로 구분하는 것이 알맞다.

현존하는 <일월오봉도>는 대부분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비교적 현대적인 작품들이다. 이는 작품의 색조가 흐려지거나 낡기 전에 새로운 그림으로 대체되었던 탓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 작품은 서울의 국립 고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는 삽병 형태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일월오봉도>, <오봉병>이 전해지고 있으며 개인 소장으로도 다수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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