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수레바퀴(1883)-에드워드 콜리 번 존스
19세기 후반 영국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s) 화가 에드워드 콜리 번 존스(Edward Colely Burne-Jones)의 <운명의 수레바퀴(1883)>. 세로로 긴 이 화면의 오른쪽에는 바퀴에 매달린 세 남자가 보인다. 그들의 표정은 없으나 체념한 듯한 느낌이다. 맨 위의 사람은 팔을 위로 올린 채 몸을 틀어 뒤쪽으로 수레바퀴를 잡고 있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 <죽어가는 노예> 조각 같은 느낌이다. 그의 오른발은 아래쪽 남자의 머리를 밟고 있는데 그 남자의 머리에는 왕관이 씌워져 있다. 아마도 중간의 사람은 왕이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졌던 왕도 운명의 수레바퀴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월계관을 쓴 채 텅 비었거나 아니면 감은 눈을 한 사람의 어깨까지 보인다. 그는 경기의 승리자일 수도, 시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 세 사람은 모두 커다란 수레바퀴에 매어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그 수레바퀴에 손을 얹고 시선을 아래로 하여 거의 눈을 감은 듯 보이는 커다란 여인이 그려져 있다. 이 여인은 로마 신화의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이다. 그녀는 인간의 수명이 붙은 거대한 수레바퀴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그녀가 돌리면서 인간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녀가 수레바퀴를 어떻게 돌릴지는 모른다. 앞으로 돌릴 수도 있고 뒤로 돌릴 수도 있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마음대로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고, 지금의 운명이 그대로 지속될 수도 없다는 것을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동양적인 개념으로는 아마 새옹지마(塞翁之馬)쯤이 아닐까. 변덕스러운 운명에 대한 체념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이 수레바퀴의 회전으로 다시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영국 라파엘 전파 2세대 화가 에드워드 콜리 번 존스(Edward Colely Burne-Jones)는 영국 버밍엄 근교에서 태어났다. 처음부터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신학을 공부하였으나, 라파엘 전파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를 만나면서 화가로 전향했다고 한다. 수년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으로 신비주의적 경향이 강했던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 중세 기독교 설화 및 제프리 초서의 영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도 중세 서적에 전해지는 삽화인 '운명의 수레바퀴'를 재해석하여 그린 작품으로, 르네상스 이후 거의 무시당했던 중세 그림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파엘 전파를 따른 그의 화풍은 단정하지만 차가운 인상을 주는 것이 독특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자신의 그림을 의도적으로 신비롭게 표현하였으며, 그의 작품 속 이미지가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