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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나무 Jan 24. 2024

색깔 있는 사원을 찾아서

치앙라이 1박 2일 (치앙마이 한 달 살기 9)

오늘은 란나왕국의 첫 번째 수도였던 치앙라이로 가서 1박을 하고 오기로 했다. 하루는 관광을 하고, 오는 길에는 골프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시골 산사이골프장을 이용해 간간히 연습을 한 상태이다. 주로 오후에 가서 공 100개 정도를 치고 나인홀 정도를 워킹으로 돌고 돌아온다. 실력은 생각보다 빨리 늘지는 않지만 넓은 잔디를 밟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오늘은 정말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 함께 여행을 떠난다.


우리가 여행오기 전 치앙마이 여행밴드에서 알게 된  "데이비드 김"은 무반에서 작게 관광업을 하는 분이시다. "무반"은 태국어로 마을을 뜻하는 단어로 주택단지를 일컫는다. 그분이 운영하는 숙소에 구력이 30년이 넘으신 여자분 6명이 20일 동안 골프투어를 오셨다. 60세에서 70세가 넘으신 여섯 분은 그야말로 베테랑급 골퍼분들이시다. 이곳에 20일 동안 머물면서 치앙마이에 있는 다양한 골프장을 순회하며 골프를 즐기실 계획을 가지고 오셨다.


오늘은 그분들 치앙라이로 관광을 갔다가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일정에 우리가 합류하기로 하였다. "데이비드 김"이 운행하는 차량이 12인승이라 좌석이 여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개인적으로 가려고 했던 치앙라이라 흔쾌히 낯선 사람들이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나보다 모두 나이가 많은 한국분들이라 별 거부감 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서너 시간 차를 타고 함께 다. 장거리라 혹시 몰라 멀미약을 먹었더니 정신이 약간 혼미하다.


가는 길에 도이창 카페에 들렀다. 커피가 유명한데 멀미약으로 속이 불편한 터라 마시질 못했다. 돌아와서도 도이창 커피맛을 못 본 게 못내 아쉬웠다.

"도이창"은 "코끼리 산"이라는 의미로 커피 산지로 유명하다. 우리는 카페에 들러 방목해 키우는  앙떼목장의 자연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갔다. 고산지대라 하늘의 구름도, 맑은 공기도 관광객의 발길을 잡았다. 잠시 쉬려던 것이 자연에 취해 한참을 머물게 되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백색사원이다. 몽롱했던 정신이 갑자기 나타난 하얀 나라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사원은 "왓 롱 쿤"이라고  하얀색 외관 덕분에 "화이트 템플"로도 불린다. 부처의 청정함을 나타내는 흰색사원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당 입구의 윤회의 다리를 건너는데 수많은 손이 마치 잡아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지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섬뜩해졌다. 각품들을 보며 앞으로의 인생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에 가지 않으려면. 이 다리가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유독 좁은 것은 모든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음으로 향하게 된다는 숙명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하얀 눈나라 같은 백색사원을 둘러보고 이번에는 온통 청색으로 뒤덮인 청색사원으로 향했다. "왓 렁 쓰아뗀", "블루 템플"이라고 불어진다. 이 사원은 백색사원을 건축한 사람의 제자가 지었다고 하니, 색깔 규모만 르고 느낌은 다소 비슷한 듯싶었다. 건축물에 대한 식견이 부족해 섬세한 부분에 대한 차이는  모르겠다. "왓 쓰아뗀"은 "춤추는 호랑이"라는 뜻으로 사원 옆을 지나다니는 호랑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부터  호랑이 문양이 새겨져 있고 여기저기 호랑이 조각상이 많이 있었다. 주변에는 청색의 커다란 동상과 불상이 어우러져 파란 나라를 한층 더 파랗게 만들었다. 멋진 예술적 가치를 지닌 사원이다.


우리는 백색사원과 청색사원을 둘러보고 시간이 많이 지나 흑색사원은 돌아보지 못했다. 흑색사원은 " 반 담 뮤지엄"으로 사원과는 좀 다른 어느 예술가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이라고 한다. 장시간 차량탑승으로 피곤하기도 고, 중간에 도이창 카페에서 너무 오래 머무른 터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 방문 시 볼거리를 위해 남겨두기로 하루 묵을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노후되었지만 하룻밤 묵어갈 곳이라 대충 잠만 청하기로 했다. 가벼운 이불커버는 이곳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음날 우리는 산티부리 골프장으로 향했다. 이 골프장은 태국의 음료회사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18홀 정규홀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 카트를 타고 잔디밭을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한국에서 오신 여섯 분의 골퍼분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골프를 치신다. 30년 구력은 미스샷이 거의 없이 모두가 그린이다. 허긴 그분들은 관광보다는 골프가 주목적이었으니까. 덕분에 우리들의 골프실력도 조금씩 향상되어 는 듯다.


둘이 여행해도 즐겁고, 함께 무리 지어 다녀도 재밌다. 여행이란 처음 만난 사람도 함께 하면서 정이 들게 하나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만나면 모두가 잘아는 이웃같다. 언어가 통하는 탓이리라. 그분들이 "데이비드 김"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많은 일정들을 함께 할 것이다. 어느새 우리도 그들의 일행이 되어 챙김을 받기에 이르렀다.  또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여정을 이어간다. 또 다른 인생을 배워 나간다. 함께서 즐거웠고 함께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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