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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나무 Jan 23. 2024

 여유 있고 느긋한 하루일상

앙깨우 저수지(치앙마이 한 달 살기 8)

전날 골프를 치거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은 조금 느긋하게 하루를 맞이한다. 숙소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바로 옆에 있는 경치가 좋은  드 솟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다. 숙소는 Wifi가 되지 않아 일부러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갈 때도 있다. 2000원도 안 되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낙하하는 폭포 물소리를 들으며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살며시 피어오르는 뽀얀 안개가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 카페는 청각장애인들을 바리스타로 활용해 그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곳이라 5시면 문을 는다. 우리는 여기서 가끔 한국인들을 만나거나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기도 다.


한참을 카페에서 머물다 산책길에 올랐다. 머릿속에는 아직도 구경해야 할 곳과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 안의 "앙깨우 저수지(호수)"로 갔다. 학생들과 현지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산책코스이다. 오전에는 달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녁에는 일몰을 관람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커다란 대학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 군데 갈래길이 많다. 산책 후 나올 때는 다소 길을  수 있는 곳이도 하다.


호수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와 다리, 물분수가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한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은은한 이 퍼져온다. 플로메리아 향이다. 플로메리아는 태국의 겨울철에 피는 꽃으로 색깔은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으로 다양한 빛을 내며 향기가 그윽하다. 인도에서는 묘지와 사찰에 많이 고, 하와이에서는 화환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향이 좋아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이라 그런지 어디선가 살며시 코끝으로 스며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자 드리워진 아름다운 수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즐기고 있다. 조용히 호수를 바라보며 좌정하고 명상을 하는 사람도 다. 태국이 불교국가라 그런지 군데군데 자리 잡고 명상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보인다. 모두들 호수를 바라보며 평온한 자신 심호흡을 느껴보려는지. 우리도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내면의 평온에 귀 기울여 보았다. 오늘의 삶에 감사하면서. 세상 모든 것들도 지금 이 순간처럼 평온하길 소망해 본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삶의 궤도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게 돌려보려 한다. 


이곳 사람들은 뛰는 일이 전혀 없다고 한다. 바쁜 것도 없고 부족해도 웃고 산다. 웃음에 평온이 묻어 나와 행복해 보인다. 나는 아직도 가끔씩 급한 마음에 뛸 때가 있다. 바쁘게 살아온 아주 오래된 습성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나타난다. 조금 천천히 가면 될 것을. 딱히 빨리 가야 할 곳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오랜 시간 길들여진 삶의 무게들을 이젠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골프도 급한 성격에 가끔씩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기도 하기에 이번여행을 통해서 마음뿐만 아니라 까지도 좀 더 느긋게 만들어 보리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서서히 해가 저물어간다. 노을 지는 호를 뒤로하고 허기를 면하러 갔다. 치앙마이 대학 앞에 화려한 야시장이 열리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몇 번 가서 허탕 친 식당에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맛집은 호루 식당의 소고기 숯불구이다. 늘 줄을 서는 이라 조금 늦어도 자리가 없다. 오늘은 기필코 먹어야겠다는 신념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산책길에 올랐다. 산책 후의 음식은 꿀맛이리라.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다. 아무리  비싸도 한국보다는 아주 많이 저렴할 테니까. 쉬어가는 오늘, 몸도 마음도 유로운 만감으로 득 채워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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