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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대절한 반나절 투어(치앙마이 한 달 살기 7)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우리는 많은 볼거리를  찾아다닌다. 거리가 조금 먼 곳은 여행사의 1일 투어상품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탈 예정이다. 어제 우연히 치앙마이 여행카페에서 우리가 가려고 했던 관광지를 함께 갈 동행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코끼리 농장, 먼쨈, 도이수텝  사원 등 세 군데 장소를 택시를 대절해 반나절 여행을 함께 하자는 내용이다. 글을 올린 30대 부부는 택시가 4명이 정원이라 둘만 타기엔 비용이 부담되어  함께 갈 동행자를 물색하는 것 같았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은 남편이 "우리랑 같이 가자고 한번 해볼까?" 하기에, 혹여 비슷한 연령의 젊은 사람들을 동행자로 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 60대와 함께 동행하려 할까?" 하고 조심스러움을 표하며 거부했다. 어느 날부턴가 젊은이들의 모임에 먼저 나서는 게 조심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더해지면서 젊은 사람들 앞에서 말과 행동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부분들이 저어 되기도 했다. 

글이 올라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댓글이 없자 남편이 조심스레 "우리는 60대 부부인데 괜찮으시다면 동행하고 싶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젊은 부부가 Ok 하게 되어 오후 반나절 여행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들은 10일 정도 여행 온 젊은 부부들로 큰딸 준이엄마 또래이다. 우리가 은퇴부부로 한 달 살기 왔다고 하니 자신들이 희망하는 노후의 모습이라고 하며 너무 멋지고 보기 좋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부모님도 두 분처럼 여행 다니며 즐기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다행이다, 젊은 부부가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아주어서.

이동하는 차량만 같이 타고 각자 내려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정해진 시간에 만나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된다. 덕분에 경비는 1/2로 줄었다. 젊은 사람들이 참 현명하고 알뜰하게 여행을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도 한 수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이 든 사람이 여행카페에 동행자를 구한다고 먼저 글을 올리는 예는 극히 드물다. 우연히 카페에 들러 정보를 검색하다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어 우리도 흐뭇했다. 이 또한 시간만 서로에게 적절하게 맞으면 경제적인 여행방법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치앙마이에서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다. 요즘은 동물보호차원에서 코끼리를 타는 것보다는 먹이 주고, 목욕시켜 주고, 함께 즐기는 반려문화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Elephant Farm & Cafe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교감해 보면서 간단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엄마코끼리와 아기코끼리가 다정히 노니는 농장의 풍경은 한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거부감 없이 코끼리를 만져 본 것은 난생처음이다. 아기코끼리가 긴 코로 바나나를 받아먹는 것이 귀여웠다. 문득 이곳은 준이(손자)가 와서 보면 나보다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농장에서 잠시 머물며 코끼리와 사진도 찍고, 간단한 요기를 하고 현지인들의 휴양지인 먼쨈(몬쨈)으로 이동했다. 계곡, 폭포, 글램핑장, 소수민족 마을이 있어 1박도 가능한 이곳은 현지인들의 쉼터라고 한다. 가는 도중 아이들 서너 명이 팽이 돌리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 한참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는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우리는 Ying Yong Flower Garden에 갔다. 고산지대에 계단식 밭을 이용해 꽃밭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원 없이 꽃구경을 하고 멍 때리기를 할 수 있었다. 같이 동행한 젊은 부부들은  아슬아슬한 난간에 걸터앉아 각종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역시 젊음은 무서움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가 보다. 나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높은 지대에 장미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카페에서 글램핑장을 내려다보며 한잔의 차를 마셨다. 탁 트인 전망과 숲 속의 평온한 풍광에 취해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혹여 다음에 또 올기회가 있다면 저 곳 글램핑장에서도 하룻밤 묵어가리라.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에 나는 몸도 마음도 흠뻑 빠져 들었다. 아무 사심도 없이 그저 멍 때리며 자연을 바라보니 아침에 접한 한국의 한파소식도 무색한 채 계절감각도 잊고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날갯짓하며 저 멀리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순간 여기가 외국인지 조차 잊을 뻔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한참을 멍을 때리다 해가 저물때쯤 다시 택시를 타고 장소를 이동했다. 치앙마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간 곳은 "왓 프라탓 도이수텝" 사원이었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이곳을 보지 않았다면 치앙마이를 보지 않은 것"이라고 할 만큼  시내를 한눈에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한 사원이다. "도이"는 태국어로 "산"을 의미하고, "왓"은 "사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직역하자면 "수텝산에 있는 프라탓 사원"인 것이다. 이 사원은 부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사원으로 이곳에서도 신성시되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태국은 불교국가라 사원을 방문할 때는 나시 티셔츠나 반바지 같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은 출입을 제한하므로 예를 갖추어야 한다. 가파른 길을 산악 열차(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리니 금붙이의 사원이 화려하다. 온통 황금빛으로 찬란한 세상, 커다란 불상과 탑들이 시선을 장악한다. 부의 상징인 듯, 존엄함의 표현인 듯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거기에 조명이 분위기를 고조시켜 눈부심 또한 압도적이다. 마치 딴 세상이다. "북방의 장미"라 불릴 만큼 독특한 문화유산을 많이 가진  치앙마이의 "왓 프라탓 도이수텝" 사원에서 옛  란나왕국의 위엄과 번영을 보는 듯했다. 태국 역사의 한 자락을 알아가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