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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히브리 Mar 07. 2024

'1년에 책 100권 읽기' 실패의 이유

자발적 읽기




  바야흐로 2019년, 대학교를 자퇴하며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었다. 졸업을 하지 않는 대신에 기본 소양이 되는 지식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놓고 교양서적과의 거리는 뒤죽박죽, 끌리는대로 인문학과 소설 위주의 읽기를 했다. 권수를 맞추고 싶어서 두께가 1cm도 안되는 얇은 스누피 만화책을 고르기도 했다.


 100권 목표가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독서량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주변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필독서를 만났고 아직까지도 삶에 영향을 받는 책이 있다. 하지만 그런 책은 손에 꼽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책 읽는 습관으로라도 자리잡으면 좋았을텐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못느낀 독서는 일회용 노력이었다. '4년제 졸업장에 상응하는 교양 쌓기'를 가장한 독서는 그렇게 실패했다.



사자도 양도 멋진걸..

  

 그랬던 실패를 뒤로 하고 작년엔 120권 가량의 책을 읽었다. 이걸 세어본 게 멋 없지만, 어쨋든 그렇다. 온라인서점에서 연말 결산을 해주길래, 애용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합산해보고서 그만치 읽었다는 걸 알았다.


 작년엔 100권 읽기가 목표가 아니었다. 읽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과거에는 노력해도 안되던 게 왜 현재는 '그냥' 되는 걸까.


책 읽기란 뇌에 활자를 입력하는 일이다. 위장이 음식물을 소화하는 것처럼, 눈으로 활자를 먹으면 뇌가 활자를 냠냠 씹어 소화한다. 활자가 머릿속에서 나의 경험, 가치관을 묻혀 재가공된다. 이 과정이 뇌에서 일어난다. 누군가 나대신 뇌를 움직여 줄 수 있을까? 뇌에서 소화하는 건 자발적인 일이라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과거 목표했던 '책 100권 읽기'는 외적인 동기였다. 같은 목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외적동기이기도, 내적동기이기도 하다. 교양을 쌓겠다는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게 아니라 부모님과 친구들의 시선을 신경쓰다 떠올린 목표였다. 그래서 책을 억지로 집어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동기가 흐릿해졌던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구체화 되었다. 정확하게 바라보고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원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에 집중했던 한 해였으며, 성장을 위해서 '읽기'는 필수였다.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자 하면, 그 모습을 갖춘 사람이나 앞서간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 책이어서 펼쳤고, 읽다보면 또 궁금한게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서 또 펼치고... 결국 나를 움직여 읽게 만드는 건, 그럴듯해 보이는 목표가 아니라 자발적 읽기였음을, 과거와 오늘날의 차이를 이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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