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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Sep 26. 2023

인대와 건, 슬개건일까, 슬개인대일까?

슬개골과 움직임, 인대와 건의 차이

뼈와 근육 외에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대(ligament)와 건(tendon)입니다.
닭고기를 먹을 때, 근육이 아닌 부위가 질기고 뼈에 붙어 있어서 잘 먹기 힘든 것이 있지요? 그 부위를 건(tendon)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e’를 넣어서 ‘tendone’이라고 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Tendone’은 야외에서 치는 가림막을 뜻합니다. 좀 헷갈리죠? 이렇게 기억하세요. 닭고기를 먹을 때 그 부위(tendon)에 이(e), 아니, 이빨이 잘 들어가나요? 안 들어가지요? 안 들어가지요? 그래서 이(e)가 tendon에는 안 들어가는 거예요. 


반면 그 단단한 조직이 뼈와 뼈 사이에서 두 뼈를 붙여주는 역할을 할 때 인대(ligament)라고 합니다. 인대(ligament)와 건(tendon),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에도, 실제 조직 구조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은 매우 다릅니다. 일단 인대(ligament)는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건(tendon)은 근육일부로서 운동을 담당합니다.


인대와 골격계(구조를 유지하는 부서)

인대는, 생각해 보면 볼트나 너트 같은 역할을 합니다. 뼈와 뼈를 고정시켜 주지요. 만약 운동경기에서 다리를 접질렸다면, 삐었다고 하지요? 의학에서는 염좌(sprain)라고 해요. 이 염좌란 것이 인대가 다쳐서 뼈 사이의 연결이 불안정해지고,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대가 손상되면 관절이 마치 의자의 헐거워진 볼트와 너트처럼 불안정해집니다. 

관절을 고정하는 인대는 볼트와 너트, 망가지면 헐거워진다!


건과 근육계(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서)

건은 근육, 우리 몸의 엔진의 힘을 뼈, 즉 프레임에 전달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 입나다. 차의 엔진이 차체에 힘을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죠. 건(tendon)이 다치면, 이를 과도 긴장(strain)이라고 부르며, 근육이 제대로  힘을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건이 다치면 힘을 쓰기 힘들고, 통증도 생깁니다. 대표적인 건의 손상이 테니스엘보입니다. 

건은 힘을 전달하는 체인, 마치 자전거 체인처럼 망가지면 바퀴가 돌아가지 않는다


인대와 건은 역할은 달라도 근골격계의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근육을 공부할 때 인대와 건은 꼭 같이 알아두어야 해요.  이 친구들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의 움직임이나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통 인대와 건을 구분할 때 뼈와 뼈를 이어주면 인대, 근육과 뼈를 이어주면 건이라고 하는데, 제가 지금 이야기한 기능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내볼게요. 아래 그림에서 슬개골(patella)과 경골(tibia)을 이어주고 있는 조직은 인대일까요, 건일까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아마 인대라고 답했을 거예요(실제 수업시간에 물어보면 대부분 인대라고 대답하거든요). 슬개골(patella)이라는 뼈와 경골(tibia)이라는 뼈를 이어주고 있으니까 인대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슬개골은 종자뼈, 혹은 건내뼈라고해요. 바로 건(tendon)의 내부에 존재하는 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저 슬개인대, 혹은 슬개건이  슬개골과 경골을 이어준다기보다는, 대퇴근건의 중간에 끼어서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여기에 생긴 염증, 손상을 슬개건염(patellar tendinitis)이라고 하지, 슬개인대염(patellar ligamentitis)이라고는 하지는 않습니다. 이 조직이 하는 역할이 허벅지 앞쪽의 근육, 대퇴사두근(quadriceps femoris)의 수축을 경골(tibia)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건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해부학 시간에는 이 부위를 슬개건(patellar tendon)이라고 하기도 하고 슬개인대(patellar ligament)라고 하기도 합니다. 뭐,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인대와 건의 구분이 그 기능에 따라 정해진다는 사실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기능의 차이에 따라 손상의 기전(어떻게 그 부위가 손상되는지), 치료 방법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야기 나온 김에 슬개골에 대해서도 알아보지요.


슬개골


다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뼈가 슬개골입니다. 영어로는 kneecap이라고 해요, 말 그대로 무릎을 덮는 캡이죠. 슬개골은 대퇴골의 전면에 마치 덮개처럼 놓여있습니다.  슬개골은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게 삼각형 또는 타원형이지만 많은 변형을 가질 수 있으며, 두 부분으로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별모양도 있을까요? 

슬개골은 의학용어로는 patella라고 해요. 맨 뒤에 'L'이 두 개입니다. t가 두 개인가, l이 두 개인가 간혹 헷갈리거든요.  우리 학교는 캘리포니아에 있어서 스패니시를 쓰는 학생들이 참 많아요.  스페인어로 무릎을 'rodilla'라고 쓰고, '로디야'로 읽어요. 스페인어에서 'L' 두 개(ll)를 '야'라고 읽거든요. 그래서, patella는 '파테야'냐고 물었더니 그냥 영어처럼 '파텔라'라고 한답니다. 분했습니다. 자,  여러분은 지금 이 이야기 때문에, patella에서 T가 두 개인지, L이 두 개인지 앞으로 영원히 헷갈릴 일은 없을 거예요. You will thank me later.

이 슬개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종자골, 혹 건내뼈(sesamoid bone)입니다. 건내뼈는 건(tendons) 내에 내장되어 있으며 마찰을 줄이고 압력을 변경하여 근육의 기계적 이점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다른 뼈에 부착되어 있지 않고, 공중에 떠있기 때문에 "공중부양 뼈(floating bone)"라고도 합니다.  아래 나무젓가락을 이용한 실험 영상을 보면 건내뼈가 어떻게 무릎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그 원리가 궁금해서 공학박사인 동생에게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그림을 하나 던저주더군요. 저도 이과인데, 이과 사람들이 싫어졌습니다. 덧글에 쉽게 설명해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뭐, 제 머리로 이해한 바는 사두근건의 각도를 변경함으로써  지렛대를 만들어, 대퇴골(femur) 건이 경골(tibia)을 드는(신전시키는) 힘을 줄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그림에서 왼쪽이 대퇴골, 오른쪽이 경골에 해당합니다)



 인간은 완전히 형성된 슬개골과 함께 태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이것은 부드러운 연골(soft cartilage)로 시작되어, 3세경에 뼈화(ossify)가 시작되며, 청소년기까지 완전히 뼈 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4살 아이의 슬개골인데요, 콩알만 한 것이 보이시나요?


4살 아이의 정상 슬개골,  https://radiopaedia.org/cases/normal-knee-x-ray-4-year-old-1


슬개골에도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어요.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슬관절압박증후군(Patellofemoral Stress Syndrome):

슬관절압박증후군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해서,  runner's knee이라고도 불립니다. 같은 여러 흔한 무릎 문제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슬개골과 대퇴골사이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발생하며, 슬개골 아래 통증과 부기를 주로 호소합니다.  


슬개골 트랙 증후군(Patella Track Syndrome):

슬개골 정상적인 트랙을 벗어나(주로 외측) 움직일 때 발생합니다. 삐뚜루 달가닥하면서 움직이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죠. 


슬개골 알타와 바하(Patella Alta and Baja):

알타와 바하는 슬개골의 비정상적 위치를 나타냅니다. "Alta"와 "Baja"는 스페인어 단어로, 높이와 낮이를 나타냅니다. 이 놈들 또, j를 'ㅎ'으로 발음합니다. 분하네요. 파텔라 알타에서는 슬개골이 너무 높게 위치하며, 파텔라 바하에서는 너무 낮게 위치합니다. 이는 무릎의 기능장애와 통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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