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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Jul 31. 2024

손톱에 나타나는 가로줄

의학용어

어릴 적,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함께 목욕탕을 찾곤 했습니다. 꼭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새해 첫 주 일요일이나 아버지가 시간 나시는 날에 꼭 동생과 함께 목욕탕에 갔었죠.  목욕을 마치고 나면 꼭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손톱과 발톱을 깨끗하게 자르는 일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목욕과 함께 손발톱을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느껴집니다.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의식 같았달까요.

사람마다 손발톱 관리 주기는 다르겠지만, 저는 직업 특성상 자주 손톱을 깎아야 합니다. 그런데 발톱은 보이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잊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아주 길게 자란 상태로 깎게 되더라고요.  오랫동안 자란 발톱을 깎다 보면 묘한 쾌감이 듭니다. 마치 거대한 똥을 쌌을 때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저만 그런가요?


손톱과 발톱, 그리고 머리카락은 몸의 중금속이나 담배의 니코틴, 타르 등이 축적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손톱을 잘라 검사하면 몇 달 동안 그 사람의 생활습관을 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 가입 시 금연 여부를 확인할 때 혈액 검사로는 알아내기 힘듭니다. 피는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에 금방 몸에서 담배 성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손발톱에는 그 흔적이 오래도록 남는다고 합니다.

그 흔적은 가로줄무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손톱에 나타나는 가로줄무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첫 번째 가로줄, 보 선 (Beau's Lines)


손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로로 파인 깊은 홈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보 선입니다.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 손톱에 이런 가로 능선이 보인다면, 최근에 심하게 아프셨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손톱판에 선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손톱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흔적으로, 움푹 파인 자국입니다. 손톱의 보 선은 마치 우리 인생의 흔적과도 같습니다. 선의 위치를 통해 질병이 발생한 시기를 짐작할 수 있고, 그 깊이는 질병의 심각도를 반영하죠. 손톱은 하루에 0.1mm씩 자라고, 발톱은 하루에 0.05mm씩 자란다고 합니다. 이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언제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심하게 열병을 앓았다면, 그 흔적이 보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보 선이 생기는 이유는 열병 외에도 다양합니다. 조갑 주름의 감염, 외상, 습진, 염증 등의 피부 문제나 잦은 매니큐어 사용, 손톱 물어뜯기 등의 습관이 원인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전신질환입니다. 특정 약물 복용, 고열, 바이러스 질환, 심지어 영양실조까지. 우리 손톱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습니다.  면역억제제나 항암제를 간헐적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도 보 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한 아연 결핍도 보 선의 원인으로 제안되고 있죠.  깊은 바닷속 잠수부들의 손톱에서 보 선이 발견되기도 하고, 가와사키병에 걸린 아이들은 열이 시작되고 한두 달 후 선이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고저차를 보이는 능선, 보 선


손톱에 가로줄을 보이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미스 선 (Mees' Lines)이나 뮈르케 선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보 선은 손톱판에 실제 능선과 홈이 생기는 반면, 미스 선 (Mees' Lines)이나 뮈르케 선은 푹 파인 능성이 없습니다. 테리 조갑과 같은 두개의 색이 가로로 구별되는 손톱도 가로줄처럼 보일 수 있으니 감별을 해야 합니다.


2. 두 번째 가로줄, 미스 선 (Mees' Lines)


미스 선은 손톱의 색에 변화가 생기지만 만져지는 능선은 없는 횡선입니다.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흰색 횡선이 손톱 표면 전체로 확장될 수 있으며, 한 개의 손톱 또는 여러 손톱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미스 선은 조갑 기질이 아닌 조갑판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손톱 끝 쪽으로 서서히 이동합니다. 미스 선은 주로 비소 중독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며, 탈륨과 같은 다른 중금속 중독이나 신부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스 선


3. 세 번째 가로줄, 뮈르케 선 (Muehrcke's Lines)


뮈르케 선은 손톱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창백한 횡선으로, 손톱 전체를 가로지르며 조반월과 평행합니다. 보 선과 달리 손톱에 홈이 파이지는 않고(3차원적 변형 없음), 미스 선과 달리 손톱이 자라도 선이 이동하지 않으며, 손톱을 누르면(조갑하 조갑 기질을 누르면) 사라집니다. 이유는 뮈르케 선은 실제로 손톱이 아닌 손톱판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테리 조갑이나 반흰반적색 손톱에서처럼, 뮈르케 선은 국소적 부종으로 인해 주변 모세혈관이 압박되어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뮈르케 선은 저알부민혈증을 강하게 시사하는 손톱 변화입니다. 성인에게서 저알부민혈증은 식사를 통한 단백질 섭취 부족(기아, 영양실조), 간에서의 알부민 합성 장애, 알부민의 과도한 분해(소모성 질환), 신증후군이나 대량 위장관 출혈, 단백질 누출성 장질환 등으로 인한 혈장 알부민의 체외 유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종이 주요 증상이며, 그 외에 복수나 흉수, 빈혈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전신 권태감, 식욕부진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뮈르케 선 (Muehrcke's Lines)



4. 네 번째 가로줄, 테리 조갑 (Terry's nails)


테리 조갑이란 손발톱 끝의 1~2mm는 정상적인 분홍색을 띠는 반면, 조갑판 전체 혹은 근위부는 조갑의 변화에 의해 백색을 띄는 증상을 말합니다. 테리 조갑은 손발톱이 특징적인 "ground glass" 모양의 백색을 띠면서 조반월은 없어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조갑 기질 내 혈관 분포 감소와 결합조직 증가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경화증, 신부전, 신장질환, 만성 울혈성 심부전증, 성인 당뇨병,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으며 저알부민혈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간장질환

간부전, 간경화, 당뇨병, 울혈성 심부전, 갑상선 기능항진증, 영양실조 등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중증 간질환 환자의 80%에서 테리 조갑이 관찰되지만, 신부전이나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손톱 끝 부분에 갈색 호가 관찰됩니다. 이처럼 테리 조갑과 같은 특징적인 손톱 양상을 인지하는 것은 전신 질환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간질환, 신장질환에서 주로 나타나는 테리 조갑

신장 질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암모니아가 요소로 전환되어 소변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몸속에 쌓인 요소가 피부와 손톱에 남아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암모니아 축적은 신장 기능 이상을 시사하며, 손톱의 가장자리는 어둡고 중앙은 흰색을 띕니다. 이는 신장 질환이나 심부전, 당뇨를 암시할 수 있습니다. 손톱의 홍반과 끝(깎는) 부분의 경계에 갈색 띠가 있다면 신장 질환을 시사합니다.(Half and half nails imply renal disease when there is a brown band at the junction of the erythema and the free edge https://www.medscape.org/viewarticle/571916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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