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에겐’은 성호르몬을 바탕으로 성격과 연애 성향을 나누는 요즘 유행 밈이에요. 테토는 테스토스테론, 에겐은 에스트로겐에서 온 말인데요, 각각 추진력 강한 직진형, 감성적이고 섬세한 스타일로 분류됩니다. 사춘기나 갱년기처럼 호르몬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인간의 성향을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두 개로만 나누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에요. 실제로 ‘정서적 연결’과 관련된 에겐녀의 특징은 에스트로겐보다는 오히려 옥시토신 쪽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과학적이기도 하고요.
연애 상성도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에겐녀는 에겐남의 공감 능력에 끌리지만, 테토남에겐 감정적으로 위축되기도 해요. 에겐남은 테토녀의 에너지에 매력을 느끼지만, 에겐녀와는 감정 과잉으로 피로해질 수 있고요. 테토녀는 테토남의 더 강한 ‘양기’에 자연스럽게 끌리지만, 에겐남은 연애 코드가 잘 안 맞아요. 테토남은 에겐녀의 섬세함에 호감을 느끼지만, 테토녀와는 기 싸움(?)이 날 수 있다고 하네요.
재미로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결국 사람을 몇 가지 성향으로만 나누고 연애를 조합 게임처럼 바라보는 건 아쉬운 부분이에요. 인간 관계는 늘 복잡하고, 그 복잡함이 또 매력이잖아요? 오늘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말뿌리를 찾아가 볼게요~
에스트로젠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 도착해요. 이 단어는 1927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estrus(발정) + -gen(만드는 것)을 합친 말이에요. generate의 그 gen 입니다.
그런데 "estrus"라는 말의 역사가 정말 재밌어요:
고대 그리스: "oistros(오이스트로스)" = 등에(gadfly, 소나 말을 괴롭히는 파리)
이 파리에 물린 동물들이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광기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뜻으로 확장됨
라틴어: "oestrus" = 광란, 열광상태
1850년: 영어에서 "frenzied passion(광적인 열정)"이라는 뜻으로 사용
1890년: 동물의 발정기를 뜻하는 과학 용어가 됨
결국 에스트로젝은 "발정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고대 그리스인들이 성가신 파리를 보며 만든 단어가 수천 년을 거쳐 동물들의 발정기에서, 여성호르몬의 이름이 된 거죠!
테스토스테론은 testis(고환) + sterone(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친 말이에요.
"testis"의 어원이 특히 흥미로워요:
라틴어 "testis"는 원래 증인이나 목격자를 뜻하는 말이에요.
고대 로마에서 남성들이 법정에서 증언할 때 자신의 남성성에 손을 얹고 맹세했기 때문에, 증인에서 고환으로 뜻이 확장되어버렸습니다. 영어 testimony, 증언이란 뜻이죠? 고환을 건단 의미죠^&^
즉, 테스토스테론은 "(증언을 할)용기를 증명하는 기관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라는 뜻이 되는 거예요.
에스트로젠: 미친 파리 → 광기 → 열정 → 발정 → 여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증인 → 맹세 → 용기 → 남성성 → 남성호르몬
두 호르몬 모두 고대인들의 일상적인 관찰(성가신 파리, 법정에서의 맹세)에서 시작해서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이 된 셈이죠. 언어의 진화는 참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