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네 칼리프(Imane Khelif) 선수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성별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면서, 스포츠계에서는 성별 규정과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었습니다.
이마네 칼리프 선수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서 살아온 복싱 선수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 호르몬(Androgen) 수치가 높은 성발달이상(Disorders of Sex Development, DSD)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그녀를 트랜스젠더(Transgender)로 오인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상은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바로 헤르마프로디티즘(Hermaphroditism)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이 용어는 그리스 신화 속 한 인물에서 유래했는데, 바로 전령의 신 헤르메스(Hermes)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아들'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입니다. 이름을 한번 자세히 보세요? 두 명의 신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나요? 바로,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부부의 이름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헤르메(스) + (아)프로디테 → 헤르메프로디테 → 헤프마프로디토스
이름부터 좀 대충 지은 느낌이 듭니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가 아기를 낳고 톰캣(Tomkat:Tom + Katie)이라고 지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톰의 영화 탑건을 생각하면 또 개쩌는 이름 같기도 하네요. 톰크루즈가 타는 비행기가 F-14 톰캣(Tomcat)이었거든요. 어쨌든 신화 속에서도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상징하는 캐릭터라는 점을 보면, 이름을 이렇게 지어놓은 것도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 세계를 동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리키아(Lycia) 지방에 위치한 신비로운 연못에 다다랐습니다. 그 연못에는 물의 님프(Nymph)인 살마키스(Salmacis)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습니다. 살마키스는 끊임없이 그에게 구애했지만,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연못에서 목욕을 하던 때, 갑작스럽게 살마키스는 그를 덮쳐 휘감았습니다. 물귀신처럼 말이죠. 왜 여성 색정증을 님프의 이름을 따서 님포매니아(Nymphomania)라고 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님프 살마키스는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신들이시여, 저와 이 존재를 영원히 하나로 만들어 주세요!"
그 순간 기적이—or 저주가—일어났습니다.
끔찍하게도 헤르마프로디토스와 님프 살마키스의 두 육체가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로마 시인 오비드(Ovid)는 이 끔찍한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독수리에 의해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는 뱀처럼,
그녀는 그의 머리와 발을 휘감으며
겹겹이 감긴 채 그의 펼쳐진 날개를 엉키게 만든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절규하며 부모 신들에게 간청했습니다.
"이건 제가 원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누구입니까?"
그는 자신의 모습이 변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부모 신들에게 기도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 연못에서 목욕하는 모든 자들도 저처럼 변하게 해 주십시오!"
이 무슨 고약한 소원이랍니까?
아무튼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는 아들의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아들의 마지막 소원만큼은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연못에서 몸을 담그는 자들은 성별이 모호해지는 저주를 받게 되었습니다.
헤르마프로디티즘은 신화 속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도 존재하는 현상입니다. 달팽이와 같은 자웅동체는 헤르마프로다이트(hermaphrodite)라고 합니다. 실제로 여러 생물들은 양성생식을 하거나 필요에 따라 성별을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팽이는 스스로 짝짓기가 가능한 완전한 양성생식체이며, 우리가 흔히 회로 먹는 광어 같은 물고기는 환경에 따라 성별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경우에도 태어날 때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이 혼합된 상태를 갖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흔히 인터섹스(intersex)라고 합니다. 이를 어떤 사람들은 외형은 남성이지만 내부 생식기관이 여성일 수도 있고, 유전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 의학과 성과학에서는 헤르마프로디티즘이라는 용어는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대신 “인터섹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남녀 생식기를 모두 갖는 매우 드문 경우에는 진성 헤르마프로디티즘(진성 반음양,True Hermaphroditis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 외부 생식기는 일반적으로 중간 형태를 띠며, 음경과 클리토리스가 애매한 크기를 가집니다. 음경처럼 보이지만 크기가 작고 발기 기능이 없거나, 클리토리스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여 음경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음낭이 불완전하게 형성되어, 소음순과 유사한 구조를 보이며, 질이 부분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 개념이며, 넓게 인터섹스라고 하면 됩니다.
칼리프 선수의 사례는 스포츠계에서 성별 규정과 공정성 문제에 대한 깊은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겪는 상황은 신화 속 헤르마프로디토스의 이야기와는 다르지만, 성별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논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우리는 생물학적 성(Biological sex), 사회적 성(Gender),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Identity)을 고려할 때, 단순한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성별이란 무엇인가?"
터미놀로지(terminology)라는 것이 경계(term)를 짓는 학문인데, 남녀의 경계도 분명하게 지을 수 없다니 세상이 참 경이롭습니다.
At last, face to face she circles about his beauty,
As Hermaphroditus strives to slip away. Like a snake,
Lifted by an eagle up, up into the air. Hanging there,
She winds and twines around his head and feet
Coil on coil entangle his spreading wings.
– Ovid, Metamorphoses, Book IV,
베를링의 이 그림은 위의 오비드의 시를 그대로 묘사한 듯합니다. 연못에서 올라와 뱀처럼 연인을 휘감고 있습니다. 물귀신 같기도 하고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