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와 님프라는 단어를 보면, 혹시 림프는 우리 몸의 조직이고 님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여신들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의학용어 만렙 인증입니다! 림프(Lymph)는 라틴어 lympha에서 왔는데, "맑은 물"이나 "깨끗한 액체"를 뜻해요. 님프는 그리스어 Nymphe로 깨끗한 물, 샘물의 정령을 가리키며, 나중에는 신부(결혼할 여성)라는 뜻으로도 쓰였죠. 결국 둘 다 꼬부기처럼, 물 속성을 가진 단어들이에요!
여기에 비슷한 단어로 aden과 gland도 있어요!
Aden은 그리스어 aden에서 유래했고, Gland는 라틴어 glandula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둘다 모두 도토리를 뜻하는 단어에요. 갑상선, 땀선등 분비선이 gland(도토리)에요, 그러니 그리스, 로마어로는 갑상 도토리, 땀 도토리가 되는거죠. 근데 이 도토리는 그냥 도토리가 아니라, 눌렀을 때 물이 "찍" 나오는 도토리를 상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저는 바로 미더덕이 떠오르는데요! 동그란 게 눌리면 물이 "찍" 하고 나오는 모습, 딱이지 않나요? 만약 고대 한국에서 해부학이 발전했다면, 갑상선은 "갑상미더덕", 땀샘은 "땀미더덕"이라고 불렸을지도 몰라요. "땀미더덕"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느낌 빡~ 오잖아요. 사실 해부학을 하면서 이런 느낌이 들어야지, 무슨 의학용어들은 외계어 같으니 좀 shame... 안타깝네요. 제가 이런 느낌을 줄수 있기 바랍니다.
그럼, 아데노이드 글랜드(Adenoid gland)와 림파틱 글랜드(Lymphatic gland)의 뜻을 한번 유추해보세요!
아데노이드 글랜드는 aden도 도토리고, gland도 도토리니까, 도토리와 같은(oid 접미사는 '~와 같은'을 의미) 도토리란 웃긴 말이 되네요! 림파틱 글랜드는 '물을 뿜는 물을 뿜는(오자아님) 도토리'라는 또 동어반복(redundant)한 요상한 단어가 되지요. 도토리를 미더덕으로 바꾸면 아데노이드 글랜드는 '미더덕을 닮은 미더덕', 림파틱 글랜드는 '물 뿜는 물 뿜는 미더덕'이 됩니다! 그럼, '미더덕을 닮은 미더덕' 과 '물 뿜는 물 뿜는 미더덕'은 과연 무엇이냐!
림파틱 글랜드(lymphatic gland, 림프절 lymph nodes)는 콩알만한 크기의 작은 덩어리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같은 곳에 있어요. 우리 몸에는 림프액이라는 액체가 있는데, 이것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액체예요. 이 림프액이 다니는 길이 림프관이고, 이 관을 따라 모여 있는 부분이 림프절이에요. 감기나 단핵구증 같은 병에 걸리면 이 림프절이 붓게 되죠. 귀뒤나 목아래에 혹처럼 부어오른 경험들이 있을 거에요. 림프절이 부은것을 lymphoma, 림프액의 순환장애로 다리나 손가락등이 붓는 것을 lymphedema라고 해요.
아데노이드(adenoid)도 림프절의 일종으로, 코 뒤쪽 천장에 있는 특별한 조직이에요. 다른 림프절처럼 코로 들어오는 나쁜 균들을 막아주는 문지기 역할을 하죠. 아기 때는 크다가 점점 작아지는 특징이 있어요.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아데노이드염(인두염의 병리중 하나)이 되고,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아데노이드비대라고 해요. 이렇게 커지면 숨쉬기가 어려워져서 입을 벌리고 숨을 쉬게 되고, '아데노이드 얼굴'이라는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나니 빨리 치료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