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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모르는 영어 단어 Attending

Love me tender~


부드럽다 못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이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의 "tender"는 "부드럽다"는 뜻이에요. 영어 단어 tender는 라틴어 tendere에서 유래했습니다. Tendere는 "부드럽다"와 "단단하다"의 두 가지 좀 동떨어진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가 고기가 tender 하다고 하면 "부드럽다"는 뜻인데, 의학에서 촉진(palpation) 시 팽팽한 느낌을 표현할 때도 tender라고 해요. tender point라고 하면 단단한 지점, 경결점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의사가 환자 배를 만져보면서 통증이나 긴장된 부위를 찾으면 tender 하다고 합니다. 의학이 참 이상한 게 아니라 원래 tendere라는 어원의 중의적인 의미 때문입니다. 원래 tendere는 어디를 향해 "쭉~ 뻗쳐서(stretch)"라는 느낌의 단어예요. 현대 영어에서도 tend to라고 하면 향하는, 즉 그런 경향이 있다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다른 의미가 파생돼요.

1. 누구를 돌보려면 내가 그쪽으로 가서(reach out) 혹은 그쪽에 관심을 갖고 돌볼 수 있잖아요? 돌보다에서 부드럽다는 말도 연결이 되는데, 이 부드러움은 촉감이 아니라 '나에게 잘해주는' 상냥한의 느낌이에요.

2. 그쪽으로 쭉 뻗으면(stretch out)하면 늘어나서 팽팽해지겠지요? 그래서 팽팽하고 긴장된 느낌, 여기서 더 나아가서 단단하다는 뜻이 된 거예요. 이 단단함은 firm 한 것보다는 긴장된 결과로 나타나는 팽팽함에 가깝습니다. 긴장을 뜻하는 tension 혹은 intense 도 같은 뿌리를 갖는 단어예요.

그래서, tend/ tender라는 한 단어는 쭉 뻗다는 뜻에서 출발해서, 팽팽하다는 뜻과 부드럽게 돌보다는 두 가지 상반되어 보이는 뜻으로 모두 사용된답니다. 한단어가 정반대의 뜻을 동시에 가질 때 auto-antonym(contronym)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tender는 어원상 auto-antonym은 아닙니다.


tender (부드럽다): "Love me tender, love me sweet." (부드럽게 사랑해 줘요, 달콤하게 사랑해 줘요.)
tender (팽팽하다): "My muscles are still tender from the workout." (운동 때문에 근육이 아직도 뻐근하고 팽팽해요.)
tend (향하다, 뻗치다): "She tends to arrive late." (그녀는 늦게 도착하는 경향이 있다.)
tend (돌보다): "He tends the garden every morning." (그는 매일 아침 정원을 돌본다.)



Tend에 방향을 의미하는 접두사 a(toward)를 붙이면 attend라는 단어가 돼요. 무언가를 향해서 뻗치니 주의를 기울이다, 참석하다는 뜻이 됩니다. 학교에 출석하는 것을 attendance라고 하죠. 그런데 단지 자리에 앉아있다고 해서 attend 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attention 해야 진정한 attend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A + Tend
- Attendance
- Attention


의학적 Attending (The Medical Attending)


의료 현장에서 attend는 매우 특별하게 사용됩니다. 당신이 미국 병원에 간다면 아마도 이런 말을 흔히 들을 거예요.


"Your attending will see you shortly."



뭐라고? 내가 뭔가에 참석(attending) 해야 한다고? 회의에 나가라는 건가? 내가 어디 출석(attend) 해야 하는 건가?라고 움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attending은 주치의(attending physician)를 뜻합니다. 즉, 당신의 치료를 총괄하는 최상급 의사를 말하는 거예요. 처음 병원에 가면 여러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인턴(intern)이 먼저 와서 기본 정보를 확인하고, 레지던트(resident)가 더 자세히 진찰하고, 마지막으로 attending이 와서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마치 층층이 쌓인 의료 시스템이죠. Attending은 그 꼭대기에 있습니다. 환자 쪽으로 향해 뻗쳐서(stretch, reach) 집중(attend)하고, 돌보는(tend) 사람이죠. 아주 오래전엔 의사들이 환자 침상 곁(bedside)에 계속 머물렀는데, 그래서 "attending"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attending은 화려한 진단이나 수술 실력보다도 환자 곁에 머물며 주의를 기울이는(attending to) 능력에서 나옵니다. 그게 바로 주치의(attending)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요즘 현대의학에서 주치의(attending)들이 그 단어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attending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죠. 마치 누군가의 재림을 기다리는 느낌이 든다니까요. 이럴 때는 이런 표현을 생각할지 모릅니다.


"You need to page the attending." (주치의에게 호출해야 해. 급한일이 생겼을 때)


20세기 초, 병원이나 공공장소에 스피커 방송 시스템(PA system)이 설치되면서, 이 시스템으로 "Paging Dr. Johnson(페이징 닥터 존슨)" 하고 이름을 방송하는 행위를 'page'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page는 원래는\ 호텔 등에서 사람을 통해 고객을 부르는 행위였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삐삐, 비퍼를 pager라고 해요. 이 페이저(호출기)는 한동안 의사들의 상징이 되었죠. 현재도 의사를 호출하는 행위를 page라고 합니다.


그 밖에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들도 살펴볼게요.

"Did the attending sign off on this?" (주치의가 이거 승인했어?)

"Your attending, Dr. Kim, will discuss the test results with you tomorrow morning." (당신의 주치의인 김 박사님이 내일 아침 검사 결과를 상의할 겁니다.)

"The resident saw you first, but the attending makes the final decisions." (레지던트가 먼저 진찰했지만, 주치의가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의료 기록에는 이렇게 적힙니다:

"Pt evaluated by attending. Plan: continue antibiotics." (환자, 주치의에게 평가받음. 계획: 항생제 지속. Pt는 patient, 즉 환자를 뜻하는 약자입니다.)




Attend는 참 아이러니한 단어입니다. 밖으로 뻗어나가(extension)서 긴장, 집중(tension, attention)이란 뜻이 되기도 하고, 부드러움, 돌봄(tender, tend)이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Attending physician은 자신의 손길을 환자에게 뻗어(tend) 집중에서 돌보는(atend)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은 서로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가족에게 모두 attending들입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돌보는 그런 사람들이죠. 향하고, 머물고, 돌보는 것. 우리 모두가 서로의 attending이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훨신 더 tender(부드럽고 다정한) 곳이 될 거예요. 생각만 해도 포근하잖아요? 어텐딩으로 가득한 세상^^ love me te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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