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인 세상?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혹시 나의 일상을 누군가 관찰하고 있지는 않을까? 만약 어딘가에서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다면,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라면 어떡하지? 라는 하등 쓸데없는 상상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은근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트루먼쇼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중학교 시절 겨울방학을 앞두고 국어시간에 틀어주신 트루먼쇼는 나를 엄청난 혼란 속으로 몰고 갔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항상 상상해오던 장면들이 영화 속에 그대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작가를 표절로 고소해야 할 것만 같을 정도로.
나는 영화 속 트루먼보다 TV 너머 트루먼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더 시선이 갔다. 그들은 트루먼에게 많은 정이 들었으며 진정으로 트루먼의 행복을 바랐다. 그리고 종국에 이르러 트루먼의 해피엔딩을 진심으로 기뻐해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해피엔딩을 진심으로 “바랐다 “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해본다.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그런데 주인공이 있다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청자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관객 없는 영화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해피엔딩을 바란다면 인생이라는 작가는 해피엔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삶이라는 드라마의 시청자는 나 자신이니까.
우리 삶의 시청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나의 인생을 나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삶이라는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
우리는 삶의 시청자로서 우리의 삶에 어떤 내용과 결말을 원하고 있는가.
지금 만일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가? 그렇다면 한 14화쯤 왔겠거니 생각하자. 드디어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것이지. 그렇다면 이제 다음화쯤엔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다음 화에는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또 하나의 시즌이 마무리되고 다음 시즌으로 드라마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해피엔딩을 원하는 주인공이여. 지금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가? 시나리오를 해석하고 연기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삶에서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해석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삶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가끔 힘들고 슬픈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겠지. 도저히 시나리오가 바뀔 것처럼 안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웃어도 보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자. 트루먼처럼 배를 타고 나가보자. 마구잡이로 애드리브를 날려보자. 작가도 감독도 당황할 만큼. 삶에는 NG가 없으니 시나리오가 바뀌지 않겠는가?
멈춰있지 말자.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말자.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가자. 주인공이 못할게 뭐가 있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스튜디오 바깥으로 문을 열고 나가보자.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nnio Morricone - Love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