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행복하길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누군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누군가는 기억도 하고 싶지 않을 2022년을 이젠 뒤로한다. 근심과 걱정은 22년의 마지막 노을에 모두 다 태워 보내길. 그리고 23년 떠오르는 광명에는 도저히 바로 보기 힘들 만큼 찬란한 빛이 비쳐오길 바란다.
새해를 맞이하면 평소에 연락하지 못한 인연들까지 연락을 돌리며 인사를 나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과 함께. 모두들 기대반 떨림반으로 2023년을 향해 나아가겠지. 새해엔 과연 어떤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어찌 보면 가장 많은 바람과 염원들이 담긴 인사가 아닐까. 언제나 힘든 인생이지만 이제는 좀 좋은 날이 오기를, 이제는 정말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란 게 그렇던가? 아무리 싸워도 바뀌지 않고, 계란으로 바위를 깰 날은 오지 않고, 분명 또 슬프고, 어렵고, 힘들겠지. 인생은 보편적으로 그래왔으니까. 어쩌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에 더 가까우리라.
복이란 무엇인가. 누구든 돈, 명예, 건강 따위를 떠올릴 것이다. 복 받아서 건강하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승진도 하고.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결국 행복해지고자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복을 받으면 내가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굉장한 착각 일 수도 있겠지.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가지기만 한다면 행복할 거라 어떻게 확신하는가. 이 문을 열었을 때 낙원이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문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소망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마약은 우리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번 행복하기가 너무 힘들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 많다. 있어야 할 것도 많고, 돼야 할 것도 많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는 명제 이후로 서양문화권에서의 행복은 줄 곳 궁극의 목표이자, 항상 추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돈을 통해, 쾌락을 통해, 명예를 통해 무언가를 통해서 얻어내는 행복을 항상 추구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서구화된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치관 속에도 뿌리 깊게 자리해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단지 불행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음양의 조화 가운데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교차하고 늘 반복된다. 그렇기에 도교와 불교, 유교 같은 모든 동양의 종교들은 수양을 통해 얻는 평정심으로 불행의 영향을 덜 받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다.
이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과도 비슷하다. 니체는 고통만이 인간의 정신적 해방자라고 말한다. 항상 반복되는 고통이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인간. 그것이 니체가 꿈꾼 초인이다.
조건에 행복이 있으면 늘 흔들린다. 그 조건이 없으면 사라지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인가? 돈이 없다 하여, 외모가 출중하지 못하다 하여,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하여 우리가 행복할 자격이 없는 것인가? 그렇기에 행복은 할 줄 알아야 한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닌 내가 하는 것이다. 행복은 현상이 아닌 행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하기 위해선 좋은 인간관계와 건전한 정신, 그리고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궁극의 목표라고 말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매일매일을 잘 살아내는 웰빙(Well-being)에 있었다.
그대는 오늘 웰빙 했는가? 하루를 잘 사는 것. 매일매일 성공하는 삶. 충분히 만족스러운 행복을 했는가?
그저 하늘 위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감동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를 성공한 것이리라. 엄마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다면 그대는 오늘도 성공한 것이다. 한 끼의 식사에 진정으로 기뻐하고, 좋은 노래 한 곡을 충분히 즐기며, 하고 싶었던 작은 일 하나를 해냈다면 당신의 오늘은 충분히 성공한 하루다.
그대는 오늘, 행복을 해냈다.
2023년, 우리 모두 새해에 행복"하길" 바란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Magnolia - JJ C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