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유캔두잇'은 너나하세요

'그래도'보다 '그래서'를 택했다.

by ChromeNABI

미움받을 용기에 관한 책은 읽어본 적 없지만,

살면서 그 말이 꼭 필요하겠구나, 느낀 순간들은 있었다.


나는 늘 누군가를 챙기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이 잘 쉬었으면 좋겠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같이 웃을 수 있는 하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가면 계획은 내가 짰고,

차는 내가 운전했고,

선결제는 당연히 나였고,

모두가 피곤할 때 나는 가방을 들고 움직였다.


그게 너무 좋았다.

진심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게 내 '시너지'이다)


내가 만든 하루를 누군가가 편하게 누리는 걸 보면,

나도 같이 누리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당연해졌다.


고맙다는 말이 줄어들고,

기다림이 길어지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하루의 주인이 되어갔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물음은 20대 후반부터 점점 뾰족해졌고,

나는 점점 내 마음을 아끼기로 했다.


전 회사 대표님이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세상엔 GIVER와 TAKER가 있고, 너는 GIVER야.

근데 GIVER는 또 다른 GIVER를 만나야 성장해.

줄 줄만 아는 사람은 받는 것도 배워야 해."


그 말을 듣고 처음엔 마음이 따뜻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인정받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됐다.


GIVER로 살아가는 건

그냥 착한 사람 코스프레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걸.


내가 선택한 관계들이

내게 돌아오는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진짜 GIVER가 될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의

관계를 내려놓기로 했다.


처음엔 정말 속상했다.

외로웠고,

괴로웠다.


여름밤 혼자 산책하다가 눈물이 났다.


늘 단체사진이 있던

수만장의 내 폰 갤러리에,


혼자 찍은 셀카만 남았을 때,

나는 그런 풍경이 서글펐고,

왠지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됐다.

그건 잘못이 아니라,


변화였다.


나는 더이상 호구가 아니다.
나는 호인형의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미움받을 용기란,
남을 내려놓는 마음이다.


예전엔 누군가에게

“너 너무 착해서 탈이야”

라는 말을 들으면 뿌듯했다.

나는 그걸 칭찬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말 안에 얼마나 많은 경계가 생략돼 있었는지.


나는 ‘착함’이라는 무기로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이제는 착함과 호인됨 사이에 선을 긋기로 했다.

호인은 사람을 좋아하고 챙길 줄 아는 사람이지만,
호구는 자기 마음을 묵살한 채 계속 내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더이상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내가 잘못했나?”라고 되묻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부탁이

내 일정과 마음을 해치는 일이라면,


이제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정중히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건 차가운 거절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애정이다.


나는 누군가를 챙길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먼저 나부터 챙길 수 있어야

진짜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미움받을 용기란 그래서 필요하다.


무례한 사람에게 한 발짝 물러나는 것,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
그게 미움받을 용기이고, 나를 위한 용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용기를 낸 내가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다.
이제는 내가 나에게 제일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래도가 아니라


그래서.

그래서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훗날, 이 글을 읽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나의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보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되자.

그래서 멈췄고,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미움받을 용기란, 누군가를 떼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더 가까이 붙잡는 일이다.


그때 그렇게 용기를 낸 나에게,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선택이, 너를 더 멋지게 만들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을 더 사랑하게 해줬어.”


고마워.
그때 너, 참 잘했어.


“지금 너는,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기 전에 너의 사람으로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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