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 물거품
대기업 대행사에서 5년, 스타트업에서 5년.
나는 두 세상을 모두 지나왔다.
당신은 굳이 그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해보고말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말리지 않겠다.
내가 겪은 장점과 함정,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최대한 함축하여 모두 적었다.
마치 당신이 이미 그 시간을 살아본 것처럼 느껴지도록..
대기업 대행사에서 처음 배운 것은 하나다.
사람 머리 위에는 늘 어떤 숫자가 떠다닌다.
그게 매출이든, 연봉이든, 시간 대비 효율이든.
사람의 가치는 결국 성과표 속 한 칸에 기록된다.
'목표'만 채우면 된다.
규율과 규칙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정해진 매뉴얼을 지키고,
같은 패턴으로 일을 돌리고,
매달, 매분기, 매해 똑같은 주기를 따라가면 된다.
정말 쉽다.
처음엔 좋았다.
안정이 있었다. 불확실성이 적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계산이 쉬웠다.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욕심이 생겼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맡았다.
팀장의 몫도, 실장의 몫도 다 가져왔다.
늦게까지 불도 끄지 않고
그렇게 나는
젊음과 열정을 불태웠다.
그렇게 하면 인정받을 줄 알았다.
그렇게 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나를 뽑아준 상사의 직급이 떨어졌다.
상사는 파견 가능 인력 명단에 이름이 올랐고
내 미래가 외쳤다. "그게 10년 뒤 네 모습이야."
내 미래를 잃지 않기 위해
그 순간 사직서를 냈다.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
여긴 규칙이 없다.
매뉴얼도 없다.
지시도 없다.
누가 알려주길 기다리지 않았다.
손을 들고 질문하기 전에 스스로 답을 찾았다.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었다.
잘못되면 고치고,
또 고쳤다.
드디어 첫 기회가 왔다.
해외 제품을 한국형으로 재해석하고,
이름을 다시 짓고, 색상을 바꾸고, 패키지를 새로 만들었다
사은품도, 설명서도, 이벤트도, 판매 방식도
다 내마음대로 바꾸었다.
낮과 밤의 경계를 잊고 몰입했고,
나는 그 안에서 살았다.
진심을 다한 결과는?
첫 억대 매출.
결과는 내 통장으로 보여졌다.
같이 이뤄낸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러나 착각했다.
그것은 내것이 아니였고,
매출이 커질수록 같이 이뤄낸 사람들 외의
주변의 시선이 변했다.
정말 차갑게 변했다.
“나서지 마라.” “튀지 마라.”
그 말이 공기처럼 번졌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조심스럽게 또는 나를 감췄다.
그렇게 나를 또 다시 잃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는 같았다.
조직 속에서 사람은 언제든 프레임에 갇힌다.
대기업의 프레임은 안정과 규칙이었다.
스타트업의 프레임은 속도와 실적이었다.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작아졌다.
프레임은 누가 만드는걸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가두면 그게 곧 틀이 된다.
안전하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당신을 모서리 없는 돌처럼 만든다.
창의력은 발휘보다 유지가 어렵다.
누구나 처음엔 열정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질문이 달라진다.
"이걸 해도 될까?"
"이렇게 했다가 너무 튀면 어떡하지?"
"괜히 욕 먹는 거 아닐까?"
그 순간, 창의력은 줄어든다.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내가 나를 지웠다는 사실을.
이제 당신에게 말한다.
깨어나라.
그 틀은 조직이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신이 받아들였을 때 완성된다.
기회를 만들었으면, 지키는 법도 배워라.
관계를 설계하고, 위치를 다져라.
당신의 움직임을 설명할 언어를 만들어라.
오늘, 거울 앞에 서서 물어라.
"나는 지금 무엇을 얻었는가?"
"나는 무엇을 잃었는가?"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확장하라.
잃은 것이 있다면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라.
하루 한 번 이 질문을 하라.
그것이 당신을 틀에서
꺼내는 첫 걸음이다.
창의력은 잃어버리는
순간 무섭게 빠져나간다.
그러니 오늘부터 지켜라.
작은 아이디어라도 메모하라.
말하고, 기록하고, 시도하라.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생각하면,
당신의 무한한 창의력이 돌아온다.
창의력이 돌아오면,
당신은 다시 당신이 된다.
그게 모든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