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중순이면 고요해지는 도시. 부활절 홀리데이로 도시가 한산하다. 이 맘 즈음 되면 도시 밖에있는 섬머하우스로 가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낸다.
새벽 5시반, 소풍을 가는 마음에 설레여서인지 일찍 눈을 떠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다진 고기와 양파를 넣어 만든 유부초밥, 루콜라를 가득 넣은 참치김밥 그리고 삶은 달걀을 으깨 머스터드와 버무린 달걀 샌드위치. 내려둔 커피와 물을 보온병에 담고 도시락 통을 챙겨 나갈 채비를 한다. 아직은 날이 쌀쌀하니 보드라운 담요 두개와 코트도 챙겨서.
코펜하겐에서 차로 한시간정도 걸쳐 도착한 그곳엔 덴마크의 고스란히 보존한 오랜 집들이 있었다. 지푸라기를 엮어 두껍게 만든 짙은 회색빛 지붕, 돌을 이용해 만든 바닥과 색이바랜 나무벽에서 바닥으로 된 집에선 살아온 사람들의 긴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벽장 속 나무침대와 그 위로 자잘하게 수놓인 이불들, 아궁이와 연결된 화로가 방을 따뜻하게 채운다. 우물을 지나 주방으로 들어서니 나무를 깎아 만든 테이블, 주물 소재로 만들어 진 두꺼운 냄비와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빛이바랜 카페트와 중후한 색감의 덴마크식 가구들, 그 위로 곱게 수놓인 레이스에서 오래 전 덴마크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곳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야 자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집에서 나와 마을 가운데 위치한 작은 빵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하얀 창을통해 에이프런과 두건을 쓰고 모락모락 김이나는 부엌에서 반죽을 하는 사람들이 몸을 분주히 움직인다. 들어가보니 따뜻한 버터향이 방을 가득 채우고 나이 지긋한 할머님이 돌아서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갓 구워낸 부활절 쿠키를 입에 넣은 채 동네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한다. 풀을 뜯다 발소리에 놀라 움직임을 멈추는 염소들, 터덜터덜 굽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검은 말들. 그위로 벚꽃이 날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Frilandsmuseet
Kongevejen 100, 2800 Kongens Lyngby
목 - 일요일 개관, 월, 화, 수 휴관
-
유튜브 ' NORDIC DIARY '
https://www.youtube.com/Nordic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