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을 듣지 않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47번.

by 이태연







저자 에드워드 올비는 만화영화 <세 마리 아기 돼지>의 동요 '누가 두려워하랴, 커다란 나쁜 늑대를?'에서 이 작품의 제목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미국적 이상의 허구성을 파헤친 작품이지만, 건전한 미국인의 삶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리처상 수상이 취소되고 맙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하며 싸워대는 조지와 마사의 모습은, 상대의 능력, 인격, 과거사, 취향 등을 가리지 않고 헐뜯고 모욕을 주면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미소 냉전 시대의 정치적 알레고리를 연상시켜 줍니다.



<< 마사의 말 >> - 대학 총장의 딸로 교수입니다. 아버지의 기대치에 맞게 살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습니다. 새벽 시간에 젊은 부부를 초대해놓고, 술에 취한 채 여섯 살 연하인 남편 조지와 노골적인 언어폭력을 주고 받으며 싸워댑니다.


* 인간은 어떤 한계까지만 참을 수 있는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진화의 사다리를 한두 계단 내려 가는 거지. (···) 웃기는 사다리야······ 돌이킬 수가 없다고······. 일단 내려가기 시작하면 다시 올라올 수 없어.





20240102_190511.jpg






* 난 더 이상 자기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지 않아······. 난 애쓰지 않는다고. 예전에는 잠깐, 아주 잠깐 동안 내가 당신과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있었어. 이 모든 허섭스레기들을 헤치고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이젠 과거지사야. 난 이제 애쓰지 않아.


* 넌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 넌 뭐든지 다 들여다보려 들지만 빌어먹을 마음이란 놈은 결코 보지 못해. 넌 조그만 점과 얼룩 같은 건 볼 수 있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보지 못하지. 안 그래?


* 연약함과 불완전함은 힘과 선함과 순수함을 못 참고 난리를 쳐.






20240102_185823.jpg







<< 조지의 말 >> - 대학 총장 딸인 마사와 결혼하지만 아내로부터 배짱이 없다고 구박을 받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끔찍한 짓을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 역사는 그 빛나는 다양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잃어버리겠지. 나와 함께 역사의 격변, 다중성, 놀라운 변화의 물결 따위는 다 사라질걸. 질서와 항구성만 존재할 뿐······.


* 사회적 적대감은······ 유머 감각의 상실에서 가장 심오하게 드러난다네. 단일 체제는 그 어느 것이든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해. 역사를 읽어 봐.


* 누가 두려워하랴, 버지니아 울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이른 아침에.


* 인간에게 가장 딱한 일 중의 하나는 늙어가는 거지.






20240102_185833.jpg







* 자네들은 애써 문명을 건설하고······ 사회를 만들지. (···) 사람 마음 속의 부자연스러운 무질서로부터 도덕을, 자연스러운 질서로부터는 의사소통의 의미를 이끌어 내려고 애쓰지······. 자네들은 정부와 예술을 만들어 내고, 두 개가 결국은 똑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지······. 너희들은 모든 것을 가장 서글픈 상태로 만들어 버려······. 무언가 잃어버릴 수 있다면 서글픈 거야······.


* 난 당신 말을 듣지 않지······. 아니, 듣고 있을 때에도 모든 것을 걸러내 버리고 반사해 버리니까, 실제로 듣는 게 아니야. 그래야만 감당할 수가 있어.


*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현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둘 중 하나를 하게 되거든······. 나처럼 과거를 들여다 보거나······ 아니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작업하지.
















<페이지생략><주인장사진입니다>

32441095072.20230516165457.jpg?type=w300




keyword
이전 06화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