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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속이려고만 들고 - <미겔 스트리트>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92번. 

by 이태연 Feb 21. 2024

 





  V.S.나이폴은 멘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소년 '나'는 화자가 되어 빈민가인 미겔 스트리트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순수한 눈으로 관찰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권태와 무위, 도덕적 타락, 폭력, 불신 등 비루한 일상들로 가득하지만,  작가는 소년의 눈을 통해 따뜻함과 유머를 담아 이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총 열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지만, 열여섯 편의 단편은 마지막 에피소드를 쓰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름 없는 물건 >> - 주인공 포포는 목공을 자처하면서도 돈벌이에는 관심없이 이름 없는 물건 만들기에만 열중합니다. 그러나 감옥에 다녀온 후 변하게 됩니다. 


  *  그는 여전히 이름 없는 물건을 만드는 데 시간을 바치고 있었다.   그는 돈벌이를 이미 중단했고  그의 아내는 우리 학교 근처의 바로 그 옛집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 그는 말하곤 했다.  "얘,  집에 돌아가거든 오늘밤에는 너도 나만큼만 행복해지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보렴."


  *  그는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슬프게 했다.  왜냐하면 포포가 돈벌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내가 그에게  "포포 아저씨,  이름 없는 물건은 언제 다시 만들려고 하세요?"  하고 물었을 때 그는 내게 으르렁댔다.  "너는 너무 귀찮은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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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맨 >> -  주인공 맨맨은 일을 한 적이 없지만, 한번도 빈둥대지는 않은 인물로 의원선거 때마다 출마하여 어김없이 세 표씩 얻습니다.  그러나 편집광 증세가 심해져 십자가가 수난이라는 행사까지 벌이게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  맨맨은 자기가 새 메시아라고 선언했다.    (···)  "조만간 어느 금요일을 택해서 그는 블루 베이신으로 가서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묶고 사람들이 자기에게 돌을 던지게 하려고 해."  (···) 우리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서 걱정했지만 맨맨 같은 사람이 미겔 스트리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자 크게 자랑스러워지기도 했다. 


  *  맨맨은 소리쳤다.  "형제 자매 여러분.  내게 돌, 돌, 돌을 던지시오.  내가 그대들을 용서하리라."   (···) 사람들은 맨맨의 얼굴과 가슴을 겨누고 참으로 큰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맨맨은 고통스럽고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소리쳤다.  (···) "이봐,  여기서 나를 재깍 내려줘.  재깍 내려달라고.  내게 돌을 던진 개새끼에게 한번 따져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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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워즈워스 >> -  자칭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B. 워즈워스가 말했다.  "이제 풀밭에 누워서 하늘이나 쳐다보자꾸나.  저 별들이 우리 세상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겠니."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그가 뜻하는 바를 알았다.  나는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님을 느꼈고,  동시에 전에 없이 자신을 아주 크고 위대한 존재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그 모든 분노랑 눈물이랑 얻어맞은 일 따위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  B. 워즈워스가 말했다.  "나는 한 달 내내 경험한 내용을 순화하여 한 줄의 시가 되게 한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이십이 년이면 모든 인류를 상대로 노래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거야."   나는 온통 경이로움을 느꼈다. 


  *  그가 말했다.  (···)  "내가 이 이야기를 마치거든 너는 돌아가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  약속하겠니?  (···)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시에 대해 내가 지껄인 말 또한 모두 진실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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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불 전문가 >> - 주인공 모건은 아름다운 꽃불을 창조하는데  골몰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둔 꽃불들의 폭발로 화재 사고가 나게 된 후, 더이상 꽃불을 만들지 않게 됩니다. 


  *  만약 어떤 외부 사람이 차를 타고 미겔 스트리트를 지나간다면 그는 "빈민굴이구먼!"  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의 눈에는 빈민굴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살고 있던 우리는 그 거리를 하나의 세계로 여기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각기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  모건은 (···) 실험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련의 자질구레한 폭발이 있었고 많은 연기가 났다.  그런 것을 제외한다면 미겔 스트리트의 우리 쪽 끝은 평화롭기만 했다. 나는 온통 고독 속에 빠진 그가 내내 무슨 짓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  모건의 집 화재가 실로 아름다웠던 것은 그가 만들어둔 꽃불들의 폭발 때문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은 모건의 꽃불도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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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심 >> - 주인공 볼로는 신문의 현상 퀴즈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결국 신문 불신증에 걸리게 됩니다.  복권에 당첨됐음에도 신문을 믿지 못해 찢어버리고 맙니다.  


  *  삼 년 내내 볼로는 복권을 샀지만 한번도 당첨되지 못했다.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누가 그에게  "이봐 볼로, 자네가 한번 해 볼만한 것이 있어. 복권을 한번 사보지 그래?"  하고 말하는 날이면 볼로는  "이보게, 나는 그 따위 짓은 않는다네."  라고 대답하곤 했다. 


  *  1948년의 크리스마스 모임 때 블로의 번호가 당첨되었다.  당첨액은 많지 않았다. 겨우 300달러가 될까 말까였다.  (···) 나는 볼로에게 말했다.  "알아봤는데 정말로 당첨되셨어요."  그러나 볼로는 믿지 않겠다고 버티었다. 


  *  "사람들은 나를 속이려고만 들고."  그러고 나서 그는 복권을 끄집어내더니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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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미겔 스트리트를 떠난 경위 >> - 순수했던 소년 '나'는 세관원으로 성장하지만, 술주정꾼이 되어 일상이 혼란스러워집니다.  결국 어머니의 권유로 미겔 스트리트를 떠나게 됩니다.  


  *  어머니가 말했다.  "이곳에서 너는 너무 난폭해지고 있구나.  내 생각으로는 네가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  따지고 보면 내 잘못도 아니에요.  모두 트리니다드의 책임이죠.  이곳에서는 술이나 마셔야지 그 밖에 할 일이 있겠어요?


  *  나는 실망했다. (···) 내가 영영 이곳을 떠나기 위해 가버렸는데도 모든 것은 이전과 같았고  나의 부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던 것이다.  나는 문간에 쓰러져 있던 놋항아리를 바라보면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글쎄, 이게 내가 영영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징조였나요?"  어머니는 웃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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