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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Jun 25. 2024

그들은 머리에 그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 <상속자들>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47번.







    순진무구한 네안데르탈인이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우월한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파멸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윌리엄 골딩은  우리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잔악함과, 네안데르탈인의 순수함을 함께 상속 받았다는 점을 일깨워주며,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인 우리가 '상속자들'이라면 무엇을 상속받을 것인가 라는 물음표를 던져줍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월한 존재도,  도덕적으로 진일보한 존재도, 더 자비로운 존재도 아님을 언급해줍니다. 



 << 작가의 시선 >> - 네안데르탈인 로크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없어 기억조차도 현재의  '그림'이라고 표현하며, 몸짓과 텔레파시를 통한 의사소통을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인 호모 사피엔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도 악의를 느끼지 못하고 그들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  세 사람이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끔 사람들 사이에서 그랬듯 그들 사이에 감정이 생겼다.  (···) 생각하는 그림을 공유했다.  











  *   아무 경고도 없이 모든 사람이 머릿속에서 한 가지 그림을 공유했다.  이것은 말의 그림이었는데,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고 빛이 비쳐 수척한 몸의 고통이 선명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말의 몸뿐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서 가물거리며 천천히 움직이는 그림들까지 보았다.  특히 하나의 그림이 다른 모든 그림을 대체했다.  


  *  그는 부드러운 뒷다리 살 한 조각을 떼어 단구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산의 틈새 위에 태양이 있었고 그는 하루가 끝나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하루의 일부가 너무 빨리 지나가 그는 마치 무언가를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삶은 충족되었고 더 이상 음식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고 내일은 안전했고 그 이후의 날은 너무 요원해서 아무도 그날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삶은 매우 아름답게 가라앉은 허기처럼 느껴졌다. 










*  로크는 서서 그림이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도록 했다.  그중 하나는 돌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나 바다처럼 으르렁 소리를 낸 것을 본 적이 있는 동굴곰의 그림이었다.  로크는 그 이상은 이 곰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곰이 포효하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거의 하루 종일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  그림들이 잠시 동안 그의 머리에서 떠났다.  그는 입 아래를 긁적거렸다.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는 여러 그림 가운데 마지막 그림이 첫 그림에게 나오도록 그림과 그림을 연결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말에게 물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왜 사람들이 이 모든 음식과 쓸모없는 나무를 같이 가져갔을까?  그들은 머리에 그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불이 있던 땅이 지저분하게 문질러진 것과 불을 만들기 위해 마찬가지로 큰 통나무를 사용한 것을 보았다.  아무 경고 없이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 그는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사람들과 연결돼 있고 그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신해 두려웠다.  그는 떨기 시작했다.  입술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그는 앞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  로크는 다시 너도밤나무에서 길을 따라 돌아가며 머뭇거리고 멈췄다가 뛰기 시작했다.  (···) 새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대낮에 나타난 적은 없었고 이제 그 얼굴은 사슴 엉덩이의 하얀 자국처럼 보였다.  나무 사이 새로운 사람 뒤로 연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파랗고 투명했다.  로크의 머릿속에 여러 개의 혼란스러운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아무 그림이 없는 것보다 나빴다. 










  *  이제 로크는 두 가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새 사람들은 그가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다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두 다리로 딛고 균형을 잡고 있었고  그들의 허리는 너무 가늘어서 움직일 때마다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들은 땅을 쳐다보지 않고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 로크는 그들이 서로를 보며 웃을 때 얼굴에 주름이 지는 것을 보았고,  그러자 갑작스럽게 그들에 대한 애정이 몰려오며 무거운 감정들이 몸 아래로 밀려났다. 그는 그들이 무게를 나누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절박한 그 노력과 무게를 몸소 느꼈다.  


  *  로크 안의 감정들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들의 참모습을 드러내며 일어나 이야기하며 경계를 하거나 자신들의 힘을 확신하며 무엇이든 다 아는 사람들이 되리라고 반쯤 생각하게 되었다. 


  









 *  로크는 '같음'을 발견했다.  그는 평생 '같음'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했다.  나무 위의 버섯은 귀였고 그 단어는 같지만 머리 옆쪽에 있는 예민한 것들에 결코 적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구별할 수 있었다.  이제 로크는 새롭게 이해한 사실에 몸서리치며 막대기나 고기를 자르기 위해 돌을 사용한 것처럼 확실하게 '같음'을 도구로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같음'을 통해 손을 사용하는 하얀 얼굴의 사냥꾼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이 임의적이고도 무관한 침입자가 아니라 생각이 가능한 존재로 자리매김되었다. 


  *  이것은 혼돈이었다.  그는 손등에 눈을 대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는 또렷한 정신과 사라져 버린 듯한 남성성을 되찾고자 아침이 돼 다시 빛이 비치기를 기다렸지만 이 새벽에,  새벽이 지난 지금 그들은 (···) 그 자신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슬픔으로 가득 차 있거나, 공허 속에 있거나 지쳐 쓰러지거나 무기력하게 잠들어 있었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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