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51번.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소년이 온갖 역경을 뚫고 살아남아 마침내 승리한다는 도덕적 교훈이 담겨진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올리버는 '선의 원리'로 대변되어지며, 선과 악으로 대립되는 두 세계에서 매개자 역할을 해줍니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 " 찰스 디킨스의 묘비명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고아 올리버는 배고픔에 죽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가 장의사의 도제로 팔려갑니다. 학대에 못이겨 런던으로 도망치지만 악당 페이긴이 이끄는 범죄 집단의 표적이 됩니다.
* 올리버는 우렁차게 울어 댔다. 자신이 고아가 되어 교구 위원과 민생 위원 나리들의 자비롭고친절한 저 악명 높은 손길에 내맡겨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도 더욱더 크게 울어댔을 것이다. (···)아홉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올리버 트위스트는 창백하고 홀쭉하며 꽤 작은 키에 누가 봐도 몸집이 왜소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고났는지 부모에게 물려받았는지 올리버의 가슴에는 굳세고 훌륭한 정신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 보육원 문이 등 뒤로 닫혔을 때 올리버는 어린애다운 복받치는 슬픔을 터뜨리고 말았다. 뒤에 남겨 두고 가는 비참한 어린 친구들은 비록 불쌍하기 그지없는 가련한 아이들이었지만 이제껏 그가 알았던 유일한 벗들이었다. 광막한 세상에 이제 나 혼자뿐이라는 고독감이 아이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 죽을 좀 더 달라고 하는 신성 모독의 불경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뒤 올리버는 지혜롭고 자비로운 이사회가 배정해 준 캄캄한 독방에 일주일 동안 아주 엄중히 감금되었다. (···)올리버는 그저 하루 종일 구슬피 울기만 했다. 무섭고 긴 밤이 오면 어둠이 보이지 않도록 조그만 두 손을 펴서 눈을 가리고는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이따금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고, 그럴 때마다 벽에 몸을 점점 더 바짝 웅크려 붙였는데 마치 차갑고 딱딱한 벽면이 자신을 에워싼 어둠과 외로움으로부터 보호라도 해 준다고 여기는 듯했다.
* 어린 올리버는 그날 저녁 '이사 나리들' 앞에 불려가서 그날 밤 장의사네 집에 허드렛일꾼으로 가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만약 그의 처지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교구로 다시 되돌아오거나 하면 즉시 바다로 보내서 물에 빠져 죽든지, 머리가 깨지든지 아무튼 되는대로 나자빠지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 장의사의 가게에 혼자 남게 된 올리버는 등불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고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 보았다. (···)가게 한가운데는 만들다 만 관 하나가 검정색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음울하고 섬뜩한 죽음의 느낌을 너무나 강하게 일으켜서 올리버는 그 무서운 물체가 있는 쪽으로 눈길이 향할 때마다 오싹한 전율에 사로잡혔다. 당장이라도 어떤 무시무시한 형상이 거기에서 천천히 머리를 들고 일어나 그를 공포로 미쳐 버리게 만들 것만 같았다.
* 올리버는 우정을 주거나 받던 다정한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최근에 누구랑 헤어진 슬픔이 마음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낯익은 얼굴을 보지 못하는 고통이 가슴 깊이 사무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올리버의 가슴은 실로 무거웠다. 그는 비좁은 잠자리에 기어 들어가면서 그게 자신의 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유태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 담긴 음험한 협박의 의미를 불완전하게나마 알아들은 어린 올리버의 피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죄 없는 사람과 범죄자가 우연히 동행하게 될 때 법과 정의조차 둘 사이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올리버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유태인 영감은 간혹 자기가 젊은 시절에 저지른 강도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었는데,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내용이 어찌나 많은지 올리버는 그러면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요컨대 교활한 유태인 영감은 올리버를 올가미에다 걸어둔 것이었다. 아이를 외롭고 우울한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황량한 그곳에서 혼자 슬픈 생각들을 벗하며 지내기보다는 차라리 어떤 사람이든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만든 다음, 이제 아이의 영혼에 시커먼 독을 서서히 주입하기 시작했다.
* 유태인이 힘 있게 말했다. (···)"일단 그 애로 하여금 우리와 한패가 되었다는 느낌만 갖게 하면, 일단 그 애 마음속에 자기가 도둑놈이 되었다는 생각만 집어넣으면 그럼 그 녀석은 우리 것이 되는 거네! (···)이 아이가 강도질에 가담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애를 옭아매는 데 충분하네."
* 유태인이 두고 간 (···)책에서 그는 피를 얼어붙게 하는 끔찍한 범죄들과 한적한 길가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살인 사건들, 살인마들, 눈에 띄지 않게 깊은 구덩이나 우물에다 숨겨둔 시체 등에 대해 읽었다. (···)올리버는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여 책을 덮었다. 그러곤 그것을 옆으로 밀쳐 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무릎을 꿇고 자신이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만약 이렇게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운명이라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당장 죽게 해 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
* "녀석을 밀어 올리게. 내가 잡아당길 테니." 올리버가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싸익스가 겨드랑이를 잡아 올렸고, (···)올리버는 그제야 처음으로 비록 살인은 아니지만 집털이와 강도질이 이 여행길의 목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슬픔과 두려움으로 거의 이성을 잃었다. 그는 두 손을 꼭 마주 쥐며 자기도 모르게 나직이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절 불쌍히 여기셔서 도둑질만은 하지 않게 해 주세요."
* 자연에게서 부여받은 얼굴이 그대로 남아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드문가? 인간의 얼굴은 마음이 그러듯이 세상의 근심과 슬픔과 갈망들로 인해 완전히 변해 버리고 만다. 오직 이런 번뇌의 감정들이 모두 사그라들 때만, 그래서 우리를 움켜쥔 손이 영원히 풀릴 때만 근심의 구름은 사라져 없어지고 맑게 갠 마음의 하늘이 드러난다.
* 죽어 가는 노파는 남아 있는 한 줌의 기력을 불러일으키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옛날에 어느 젊고 예쁜 여자를 간호한 적이 있어. 하도 오래 걸어서 두 발이 찢기고 멍든 데다 먼지와 피로 온통 범벅이 된 채 이 구빈원에 실려 온 여자였는데, 여기서 사내아이를 낳고 죽었지. (···)내가 그 여자 물건을 약탈했어, 그랬어! 그녀 몸이 채 식기도 전에 (···)그건 그 여자가 간직하고 있던 유일한 물건이었어. 그녀는 몸을 따뜻하게 덮을 옷도 부족하고 음식도 먹지 못했지만 그것만은 고이 간직하고 있었어. 앞가슴 속에 말이야. 그건 금으로 된 것이었어, 정말로 말이야! 그녀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을 값비싼 금이었다고! (···)난 아이의 운명까지 바꿨는지도 몰라!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알았다면 그 아이한테 좀 더 잘해 줬을 테니까 말이야"
* "난 그 앨 타락시킬 만한 확실한 구실을 잡지 못했네." 유태인이 동료의 안색을 불안스레 살피면서 말을 계속했다. "아직 손을 더럽히지 않은 애였거든."
* 올리버는 싸익스가 버리고 간 그 지점에서 꼼짝도 않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도움을 청하려고 맥없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질렀다. 추위와 탈진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는 똑바로 일어서려는 시도를 해 보았다. (···)아, 정원의 저 담장! 전날 밤 그가 무릎을 꿇고 두 사내에게 자비를 빌었던 바로 그 잔디밭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이 강도질을 하려고 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2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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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저자찰스 디킨스출판민음사발매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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