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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Oct 22. 2024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없을 때만-<올리버 트위스트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52번.










   이 소설은 고아, 도둑,  장물아비,  소매치기, 매춘부 등 범죄자들과 하류층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추하고 불쾌한 이야기에서도 순수하고 선한 교훈이 얻어질 수 있음을 올리버를 통해 그려냅니다. 열두 살 찰스 디킨스는 아버지가 빚으로 감옥에 수감되자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때 겪은 빈곤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경험은 훗날 소설 창작의 토대가 되어줍니다. 



 << 작가의 시선 >> - 악당 페이긴에게 끌려갔다 탈출에 성공한 올리버는 메일리 가 사람들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올리버의 유산을 노리는 이복형으로부터 살해당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  행복한 나날이었다.  낮은 평화롭고 차분했으며, 밤이 되어도 두려움이나 걱정을 느끼지 않았다. 비참하게 감금당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저속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없이 오로지 즐겁고 행복한 생각들뿐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작은 교회 근처에 사는 백발의 노신사에게 가서 읽기 연습과 쓰기를 배웠다. 












  *  교회당 창가에는 푸른 나뭇잎들이 살랑대었고,  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었으며,  나지막한 현관으로는 달콤한 공기가 스며 들어와 소박한 건물 전체를 향기로 가득 채웠다.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깔끔하고 깨끗한 차림인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어찌나 경건한지,  그들이 거기에 함께 모인 것은 지겨운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찬송은 비록 거칠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것이었고,  그가 전에 교회에서 들어 본 어떤 노래보다도 아름답게 들렸다.


  *  어느덧 석 달이 흘러갔다.  이 석 달은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고 은총을 많이 받은 사람의 인생에서도 순전한 행복의 시기였을테지만,  올리버의 경우에는 진정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절이었다.  한편에는 더없이 순수하고 상냥한 너그러움이,  다른 편에는 더없이 진실하고 뜨겁고 영혼에서 우러나온 감사함이 있었다.  













 *   "여기 있어요."  여자가 대답했다.  (···)프랑스제 시계도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주머니였는데,  멍크스는 와락 달려들어 그것을 움켜쥐고는 떨리는 손으로 열었다.  안에는 작은 로켓이 들어 있었고,  그 안에 머리 타래 두 개와 금으로 된 평범한 결혼반지 하나가 있었다.  "반지 안쪽에는 '애그니스'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어요."  여자가 말했다.  "성을 쓸 자리가 빈칸으로 있고 그 다음에 날짜가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기 일 년 전이 못 되는 때였어요."


  *  그는 갑자기 탁자를 옆으로 밀치고 바닥 판자에 달린 쇠고리를 잡아당겨 커다란 뚜껑 문을 휙 들어 올렸다.   (···)"저 아래로 사람의 몸을 집어 던지면 내일 아침에 어디쯤 가 있을 것 같소?"  멍크스가 등불을 우물처럼 컴컴한 구멍 속에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말했다.  "강을 따라 20킬로미터쯤 떠내려가고, 게다가 갈가리 찢겨 있겠지."   (···)멍크스는 품 안에 급하게 쑤셔 넣었던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  그러곤 그것을  어느 도르래의 부속품이었다가 바닥에 뒹굴고 있던 납덩어리에 묶어 강물 속에 떨어뜨려 버렸다.  그것은 곧장 수직으로 쭉 떨어지더니,  거의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게 철썩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갈랐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다 














 *  우리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의 기로에서 떠는 동안 속수무책으로 곁에 서 있어야 하는 불안감이란,  그 두렵고 극심한 불안감이란!   (···)고통과 위험을 누그러뜨리거나 줄여 주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뜨거운 갈망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 줄 힘이 없다는 절망감이란!  우리의 무력함에 대한 슬픈 자각이 낳는 영혼과 정신의 좌절감이란!  


  *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빠뜨리고 넘어가거나 못 해 주거나 잊고 넘어간 수많은 것들과 보상할 수 있었는데 못 한 더욱 많은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끔 만드는데,  그것들은 바로 우리에게 가장 쓰라린 기억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회한 만큼 뼈저린 회한은 없다.  그러니 그런 회한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면 시간이 있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  브라운로 씨가 멍크스를 대신해서 말했다.   (···)"그는 재산의 대부분을 둘로 똑같이 나눠서  (···)나머지 반은 두 사람 사이의 자식에게,  만약 아이가 무사히 잘 태어나서 성년에 이른다면 그 아이에게 물려주라고 했네.  아이가 만약 딸이라면 아무 조건 없이 상속하지만,  아들인 경우에는 그가 미성년자일 때 불명예스럽거나 비열하거나 비겁하거나 잘못된 행위로 공적인 범죄를 저질러서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전혀 없을 때만 상속한다는 조건을 붙여 놓았네.  이렇게 한 이유는,  그의 말에 따르면 바로 아이 어머니에 대한 그의 신뢰와 아이가 그녀의 선량한 마음과 고결한 본성을 닮을 것이라는 확신을 분명히 표시하기 위해서였네. 


  *  깊은 애정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애,  그리고 자비를 율법으로 삼으시고 모든 살아 숨 쉬는 것에 대한 박애를 위대한 속성으로 지니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가 없이는 행복은 결코 얻을 수 없다.  오래된 마을 교회의 제단 안쪽에 흰 대리석 평판 하나가 서 있는데,  거기에는 아직  '애그니스'라는 단 하나의 이름만이 씌어 있다.  그 무덤에는 아무 관도 없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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