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85번.
말년의 로렌스가 병마와 싸워가며 완성한 작품이지만 노골적인 성 묘사로 인해 출판을 거절당합니다. 결국 자비로 출판을 하게 되고, 작가 사후 삼십여 년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불법 해적판이 유통됩니다. 성 억압을 통해 유지되는 결혼 제도와 계급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작품임에도, 성 묘사 측면만이 부각되면서 에로티시즘고전 정도로만 알려져왔던 작품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코니의 남편 클리퍼드 경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가 됩니다. 육체관계보다 정신적 통제와 질서가 우월하다며 자신을 통제하는 남편에 의해 코니의 삶은 피폐해져갑니다. 사냥터지기 맬러즈와의 섹스로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 코니는 남편이 외치는 정신주의적 삶의 허위를 깨닫게 됩니다. 글로 유명해지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강박적으로 노력하던 클리퍼드는 코니에게 다른 남자와의 섹스로 아이를 낳아 키우자고 권유합니다. 그러나 아이조차도 물건으로 취급하는 남편에게 코니는 경악하며, 아기를 갖게 되더라도 남편의 아기는 아닐거라고 확신합니다.
* 아무리 감상적 차원에서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 성관계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지저분한 관계이자 애속 중 하나였다. 이것을 찬미한 시인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들은 항상 뭔가 더 나은 것, 뭔가 더 고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한 여자의 아름답고 순수한 자유는 그 어떤 성관계의 사랑보다도 한없이 더 훌륭한 것이었다. 다만 불행한 것은 이 문제에 있어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너무나 멀리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들은 마치 개처럼 성관계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여자는 이에 따라야만 했다. 남자란 욕구로 가득찬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여자는 그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이처럼 심술 사나워져 골을 내고 날뛰면서 이제껏 아주 유쾌했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욕구에 굴복할 때 여자는 자기 내면의 자유로운 자아를 내주지 않고 지킬 수가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진짜로 내주지 않고도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 그는 상처 입은 존재였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했는데, 불구가 된 지금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지닌 이상하고 거친 사내다움은 그에게 고슴도치처럼 부자연스럽고 기괴해 보였다.
* 그는 전적으로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매 순간 그녀를 필요로 했다. 체격이 크고 건장했지만 그는 무력한 존재였다. 물론 휠체어를 이리저리 굴리며 스스로 이동할 수 있었고 모터가 부착된 환자용 바퀴 의자가 있으니 그걸 타고 저택 영지의 임원을 모터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이 혼자만 있을 때 그는 길 잃은 존재와 같았다.
* 그와 코니는 정신적으로는 정말 깊이 하나가 되어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 사이였으며, 그래서 어느 편도 죄의 몸(corpus delicti)이라는 문제를 들먹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친밀하게 가까우면서도 전혀 접촉이 없는 사이였다. (···)존재가 없는 삶이었다.
* 그녀와 클리퍼드는 자신들의 생각과 그의 작품 속에 묻혀 살았다. (···)하지만 코니는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속, 자궁 안 어딘가 계속 전율하며 떨리는 곳이 있어,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이라도 쳐서 그로부터 도망쳐야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광적인 초조감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아무 까닭도 없이 격렬하게 뛰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여위어갔다.
* "이따금 어쩌다 맺는 관계 같은 것이야 무슨 중요성이 되겠어? 어쩌다 맺는 성적 관계 따위는 특히나 더 그렇지! 사람들이 그런 것을 어리석게 과장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것은 새들의 짝짓기나 똑같이 그저 지나쳐가고 마는 것일 뿐이야." (···)코니는 일종의 놀라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가만히 앉아 듣고 있었다.
* 코니는 그의 말에 약간 압도되었다. 이론적으로는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진실하게 살아가는 삶을 실제적인 문제로 생각해 봤을 때, 그녀는······ 망설였다. 남은 인생 내내 자신을 그의 삶 속에 계속 엮어 짜나가는 것이 정말 그녀의 운명일까? 그 밖엔 다른 수가 없는 것일까? 그저 그것뿐이란 말인가?
* 클리퍼드와 그녀의 정신적 삶은 차츰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온전한 삶이란 것, 그 모두가 완전히 텅 비고 공허한 것으로 여겨지는 나날들이 많았다. 그것은 말, 그저 무수한 말에 불과했다. 공허만이 유일한 현실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 위를 위선적인 말이 덮고 있을 따름이었다.
* 마침내 그녀에게서 몸을 떼어놓았을 때, 그는 신랄하고 거의 비웃어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남자와 똑같은 순간엔 절정을 맛볼 수가 없는 모양이군그래? 그러니까 당신 스스로 절정에 이르러야만 하겠다 이거로군! 주도권을 잡아야겠다는 것이고 말이야!" 그 순간 이 짧은 말은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큰 충격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수동적으로 자기 몸을 맡기는 것이 그에게는 유일한 성교 방식임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코니의 성적 감정은 그날 밤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 젊음이란 어떤 식으로든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젊음에 뜯어 먹히고 만다. 그러나 얼마나 끔찍한가. 이 젊음이란 것은! 무두셀라처럼 늙은 듯한 느낌인데도, 우리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지랄 같은 인생이다! (···)사랑, 기쁨, 행복, 집, 어머니, 아버지, 남편과 같은 고귀하고 활력 있는 단어들은 모두 이제 거지반 죽어버렸고, 또 나날이 죽어가고 있었다.
* 마이클리스와의 일이 있은 뒤,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저 지금 주어진 것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클리퍼드, 그의 작품들, 라그비, 채털리 부인으로서의 역할, 돈 그리고 명성, 이런 것을 모두 가지고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사랑이니 섹스니 하는 것들은 모두, 그저 얼음과자 같은 것일 뿐이었다. 혀로 핥아먹고는 그저 잊어버리는 것들이다. (···)특히나 섹스는 아무것도 아니다.
* 그렇지만, 코니는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이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기다려보자! 기다려봐! 그녀는 여러 세대의 남자들을 체로 쳐서 골라가며, 쓸 만한 남자를 하나 찾아낼 수 없는지 알아볼 것이다.
* 그녀는 한없이 우울해지고 절망적인 심정이 되었다. 이런 꼴에 무슨 희망이 있으랴? 겨우 스물일곱 나이에 그녀는 늙디늙어버려 육체적 매력의 광채나 불꽃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방치와 외면으로 인해 그렇게 늙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생기를 발산해 보기도 전에 미리 늙어버린 꼴이었다.
* "당신은 정말로 내가 언젠가 애를 하나 낳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궁지에 몰린 개처럼 곧바로 대답했다. "그 때문에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손상되지만 않는다면, (···)난 오직 당신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만 살고 있거든. 내 자신에 대해서 난 아무것도 아니야······." 코니는 당혹감과 혐오감을 점점 깊이 느끼면서 이 모든 말을 들었다. (···)제정신으로 여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누가 있을 것인가!
* 클리퍼드의 묘하게 유능한 사업 능력은 어느 정도 그녀를 위압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그의 개인적 숭배 선언은 그녀를 공포에 찬 경악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완전한 성불능이 가하는 잔인함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이성이 무너져버리든지 아니면 자신이 죽든지 하고 말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녀의 몸 안에는 문득 새롭고 이상야릇한 전율이 눈뜨면서 일어나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혼자 움직여서 억지로 자신의 절정을 끌어내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이건 달랐다. 정말 달랐다. (···)그녀는 오직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그녀의 자궁은 온통 활짝 열린 채 부드러워져 있었고, 조수 아래 휩쓸린 말미잘처럼 부드럽게 아우성치며, 그가 다시 들어와 그녀의 욕구를 채워주기를 간절히 외치고 있었다.
* 그녀는 곧 부드러운 그의 귀두가 그녀의 몸 안에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묘한 율동으로 달아오르듯 솟아나면서 묘하고 율동적인 움직임으로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점점 부풀대로 부풀어 오르더니 마침내 그에게 간절히 매달려 있는 그녀의 의식을 가득 채웠고, 곧이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점점 깊어져가는 순수한 감각의 소용돌이라고 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움직임을 다시금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는 하나의 완전한 동심원을 이룬 감각의 유체가 되어, 그 자리에 누운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무의식적으로 내지르고 있었다. 완전한 밤의 암흑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 그것은 생명의 외침이었다.
* "우린 아까 함께 절정에 올랐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전혀 못한다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를 향한 열정이 아랫배에서 꿈틀거렸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 열정에 저항했다. 그에 응했다가는 바로 자신에게 지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코니는 천천히 집을 향해 가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다른 존재의 깊이를 깨달았다. (···)'만일 아이를 갖게 된다면!' 그녀는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만일 그 사람을 내 안에 어린애로 갖게 된다면!' 그 생각에 그녀의 팔다리는 녹아 흐르는 듯했다. 그녀는 자기 혼자만의 아이를 낳는 것과 자신의 내장이 간절히 끌리며 사모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사냥터지기는 (···)혼자 있는 데서 오는 미약한 만족감 속에서, 혼자 꿩을 기르며 살아갈 수 있었다. 물론 결국에 가서는 아침 식사 후 사냥 나온 뚱뚱한 신사들의 총에 맞아 죽고 말 꿩들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헛되고 무익한 삶이기도 했다. 정말 무한히 쓸모없는 삶이었다. (···)그는 지금껏 신경 쓰지 않고 고민도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이 여자가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 '사랑의 결박은 풀기 고달픈 것이니!' (···)불구인 그녀의 남편과 그 끔찍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또 그를 증오하는 야만스러운 아내와도 어떻게 될지 모를 끔찍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인가? 고통! 그 많은 고통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그는 더 이상 젊지 않았으며 낙천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또 태평스러운 성미도 아니었다. 온갖 쓰라리고 추한 일을 당할 때마다 그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도!
* 그 큰 저택은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그녀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것은 욕망이 아니었다. 그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홀로 있음의 불완전함에 대한 참담한 의식, 말없이 자신의 품에 안겨 있을 여자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그런 참담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사냥터지기는 날이 밝아옴에 따라 깨달았다. 소용없는 일이야! 자신의 고독한 존재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야. 그건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야. 평생 동안 말이야. (···)가끔씩 어쩌다 그 빈자리가 채워지는 때가 찾아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일 뿐인 거야. 하지만 그런 때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지. 억지로 오게 만들 수는 없는 거야. 그러자 그를 잡아끌어 그녀를 찾아오게 했던 그 피 끓는 욕망이 갑작스럽게 뚝 꺾이며 부러져버렸다. (···)양쪽에서 같이 서로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그녀가 그에게 오고 있지 않다면, 그도 그녀를 찿아내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는 돌아가 떨어져서,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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