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66번.
제인 오스틴의 소설 가운데 가장 심오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인물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작가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 있고, 작가의 문제의식도 깊이 있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자존감은 제인 오스틴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디언의 언급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가난 때문에 이모가 사는 맨스필드 파크로 온 패니는 내성적인 성격과 집안사람들의 무관심 탓으로 수동적인 태도로 살아갑니다. 다행히 사촌 오빠 에드먼드와의 정신적 교류와 타고난 성품으로 지혜롭게 성장해갑니다. 자신이 의지해오던 에드먼드를 향한 사랑을 키워가지만, 메리 크로퍼드양에게 호감을 느끼는 에드먼드를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헨리 크로포드의 적극적인 구애도 거절하며 진실된 자신의 사랑을 지켜냅니다.
* 패니 프라이스는 이때 막 열 살이 되었는데, 첫인상에서 친척들을 사로잡을 점은 별로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크게 거슬리는 점 또한 없었다. 아이는 나이에 비해 작은 편으로, (···)행동거지가 어색하기는 해도 상스럽지 않고, 목소리도 곱고, 말하는 표정도 귀여웠다.
* 아이는 마음의 상처가 컸지만, 사람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달래 줄 수도 없었다. (···)패니는 사촌 언니들이 옆에 있으나 없으나, 공부방에서나 거실에서나 관목 숲에서나, 늘 버림받은 기분이었고,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 있든 그저 무섭기만 했다. (···)일주일이 지났으나, 아이의 조용하고 삼가는 태도 탓에 아무도 아이의 슬픔을 짐작하지 못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둘째 아들인 에드먼드가 다락방 계단에 앉아 우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 사촌 오빠는 패니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패니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니가 하는 모든 말에서 따뜻한 마음씨에 바르게 처신하겠다는 소망이 강한 아이임을 확신했다. (···)이날 이후로 패니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자기한테도 친한 사람이 생긴 느낌이었고, 사촌 오빠 에드먼드의 친절 덕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집도 덜 낯설고 사람들도 덜 무서워졌다.
* 아는 게 없고 소심하다는 결함에도 불구하고 패니는 맨스필드 파크에 자리를 잡았고, (···)다른 식구들이 모두 패니를 뒷전으로 밀쳐 두는 상황에서 에드먼드의 지원만으로는 패니를 앞으로 나서게 하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패니의 정신이 함양되고 정신적 즐거움들이 확장되는 데 그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몫을 했다.
* 그는 패니가 영리하며 분별력과 이해력이 뛰어나고 독서를 좋아하니, 잘만 이끌어 주면 독서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도움으로 패니는 윌리엄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서 에드먼드를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이 패니의 마음을 나누어 가졌다.
* 열여덟 살 먹은 아가씨치고 패니만큼 의견 표명 요청을 안 받아 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흥겨운 소리가 패니 있는 데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패니한테만큼은 전혀 즐거운 소리가 아니었다. 에드먼드가 자기를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믿기지 않았고 가슴이 아팠다.
* 사촌 언니들이 떠나면서 패니의 존재감이 커졌다. (···)"패니는 어디 있나?" 하는 질문이 드물지 않게 들리곤 했으니, 딱히 심부름을 시킬 일이 없을 때도 그랬다. 패니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집에서만이 아니었으니, 목사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에드먼드가 그렇게 빨리 성직 서품을 받는다니, (···)그녀는 에드먼드에게 몹시 화가 났다. 자신의 영향력이 이보다는 클 줄 알았던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녀는 이미 그를 몹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거의 마음을 굳히기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자기도 그와 똑같이 냉정한 마음으로 대할 작정이었다. (···)그가 연모의 정을 그렇게 절제할 수 있다면, 그녀도 연모의 정에 마음을 다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
* 이즈음 에드먼드는 특히 생각이 많았다. 눈앞에 다가온 두 가지 중대사 생각에 여념이 없었으니, 평생의 운명을 결정할 성직 서품과 혼인이었다. (···)크로퍼드 양의 마음을 안다고 늘 자신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필수 불가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포기할 만큼 그를 사랑하는가? 그가 스스로 끊임없이 되묻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개 '그렇다'로 나왔지만, '아니다'일 때도 있었다.
* 기약된 두 달 가운데 칠 주가 거의 지났을 즈음, 드디어 문제의 편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드먼드의 편지가 패니의 손에 쥐어졌다. (···)<만에 하나 거절을 당한다면 받아들여야지. 그때까지는 그 사람을 얻기 위한 노력을 절대로 그만둘 수가 없다. 이게 내 진심이야.>
* "이렇게 질질 끌어 봐야 무슨 소용이야. (···)어서 마음을 정하고, 청혼을 하고, 평생 불행 속으로 뛰어들라고요." 그러나 이런 감정은 너무나 원망에 가까웠기 때문에 패니의 독백을 오래 끌어낼 수는 없었다. 곧 마음이 누그러들며 슬픔이 몰려왔다. 그의 따뜻한 배려, 친절한 말들, 자기를 믿고 털어놓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그저 모두에게 너무나 착한 사람일 뿐이었다.
* 에드먼드가 이렇게 지척에 와 있다니 (···)그는 곧바로 그녀를 맞이하며 꽉 부둥켜안았고, 간신히 알아들을 정도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패니······ 이제 나한테 하나밖에 없는 누이. 날 위로해 줄 유일한 사람." (···)그는 실망과 후회와 고통에 시달리고, 지난날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제는 결코 이루지 못할 일에 대한 아쉬움에 괴로워했다. 패니도 이를 잘 알았고,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패니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 왔고, 그 관심은 연약하고 순진한 더없이 사랑스러운 매력에서 시작되어, 갈수록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에 탄복하면서 완성된 감정이었으니, 이런 마음의 변화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그녀는 그에게 매우 각별하고 깊은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녀가 맨스필드의 어떤 식구보다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그러니 이제와서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 결혼한 두 사촌의 행복은 현세의 행복으로서는 더할 수 없이 확고해 보였다. 둘 다 가정적인 성품에다 시골의 즐거움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니, 두 사람의 가정에는 애정과 평안이 가득했다. (···)맨스필드 목사관은, 맨스필드 파크의 시계와 관활권 안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것들이 오래전부터 그러했듯, 곧 패니의 마음에는 정겨운 곳이, 그리고 패니의 눈에는 완전무결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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