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는 것은 신을 사랑하는 것-<전쟁과 평화4>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56번.

by 이태연











톨스토이는 세바스토폴 전투 당시 장교들의 보고서들을 하나의 기록으로 작성하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때 보고서와 기록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허풍이 끼어드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 그는, 역사 기록들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에 역사를 이끌어 가는 것은 뛰어난 영웅의 개인 의지가 아니라 민중의 의지와 총합이라는 사실을 「전쟁과 평화」에 담아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피에르는 자신이 끊임없이 찾던 삶의 목적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살아 있는 신앙을 갖게 됩니다. 나타샤의 간호를 받던 안드레이 공작은 아들 니콜렌카를 만난 후 죽음을 맞이합니다. 모스크바에 입성했던 나폴레옹 군대는 퇴각을 하며 약탈한 보물들을 챙겨 떠납니다. 포로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피에르는 나타샤를 다시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니콜렌카는 아버지가 나타샤를 사랑했고 죽어 가면서 그녀를 피에르에게 남겼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피에르처럼 지적이고 선한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 이성이 인간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삶의 가능성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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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이 우리를 얼마나 기묘하게 이끌었는지!" (···)안드레이 공작은 아들에게 입을 맞추었다.


* 그는 안간힘을 다해 삶으로 되돌아오려 애썼고 그들의 시각으로 옮아왔다. '그래, 이들에게는 이 일이 슬프게 느껴질 게 틀림없어!' 그는 생각했다. (···)'이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그 모든 감정,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의 이 모든 상념들, 그것들이 다 필요없다는 것을 말이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 안드레이 공작은 자신이 (···)지금 죽어 가고 있다는 것, 이미 절반은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상 모든 것으로부터의 분리와 존재의 즐겁고도 기묘한 가벼움을 자각했다. 그는 서두르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에게 닥칠 일을 기다렸다. 일생 동안 끊임없이 느껴 온 그 준엄하고 영원하고 불가해하고 머나먼 존재가 이제 (···)거의 이해할 수 있고 감지할 수 있는 가까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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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샤, 난 당신을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요.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그는 잠들면서도 요즘 줄곧 생각하던 것, 즉 삶과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죽음에 더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 '사랑?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생각했다.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내가 그것들을 이해하는 이유는 단지 내가 그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존재한다. 단지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오직 이것으로 이어져 있다. 사랑은 하느님이다. 그리고 죽는다는 것은 사랑의 일부인 나에게 보편적이고 영원한 근원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생각은 그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았다.


* 모든 것은 그가 문을 닫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그는 서둘러 걸으려고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문을 닫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병적으로 온 힘을 다해 애쓴다. 그러자 괴로운 공포가 그를 덮친다. 그리고 그 공포란 죽음의 공포다. 문 너머에 그것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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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나 그의 힘은 약하고 어설프다. 끔찍한 것이 밀어붙이던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 그것이 그곳으로부터 한 번 더 힘껏 밀어붙였다. 최후의 초자연적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두 개의 문짝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것이 들어왔고, 그것은 죽음이다. 그리고 안드레이 공작은 죽었다.


* 임종하는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이 공작은 자신이 자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고, (···)안간힘을 다해 눈을 떴다. '그래, 그것은 죽음이었어. 난 죽었어. 그리고 나는 눈을 떴어. 그래, 죽음이란 깨어남이야!' 갑자기 그의 마음속이 환해졌다. 이때까지 불가해한 것을 가리던 장막이 마음의 눈길 앞에서 걷혔다. 그는 자기 안에 속박되어 있던 힘이 해방되는 듯한 기분과 이상야릇한 가벼움을 느꼈다.


*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타샤와 마리야 공작 영애도 이제는 울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슬픔 때문에 운 것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일어난 죽음의 단순하고 엄숙한 신비를 자각하는 순간 자신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경건한 감동 때문에 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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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의 눈부신 승리 이후 모스크바에 입성한다. 전장이 프랑스군의 수중에 떨어졌으니 승리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러시아군은 퇴각하며 수도를 넘겨준다. 식량과 대포와 포탄과 산더미 같은 재물로 가득한 모스크바가 나폴레옹의 수중에 있다.


* 나폴레옹의 힘이 모스크바에서 쇠약해졌다는 역사가들의 기술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모스크바에 들어가 그곳을 나올 때까지 그는 잇달아 명령을 내리고 잇달아 계획을 발표한다. 주민들과 사절단이 없다는 사실에도, 모스크바의 화재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 프랑스 군대는 풀어 놓은 가축 때처럼 그들을 굶겨 죽지 않도록 해 줄 여물을 발로 짓밟으며 하루하루 무너지고 파멸해 갔다. (···)모스크바를 떠날 때 이 군대의 군인들은 약탈한 물건을 전부 가져갔다. 나폴레옹도 자신의 보물들을 가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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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피에르의 복장은 그의 예전 옷들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구멍 난 더러운 루바시카, 카라타예프의 조언대로 보온을 위하여 복사뼈 부근에 새끼줄을 감은 군복 바지, 카프탄, 농부 모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더부룩하게 자라 헝클어지고 이가 들끓는 머리칼은 이제 구불하게 말려 모자처럼 보였다. 눈에는 의연하고 침참하고 생기 있고 결연한 표정이 깃들었다. (···)예전에 그의 눈빛에 어려 있던 방탕함은 이제 당장이라도 행동과 반격에 나설 듯한 열정적인 반듯함으로 바뀌었다.


* 피에르는 먹고 싶을 때의 음식, 마시고 싶을 때의 음료, 자고 싶을 때의 잠, 추울 때의 온기, 말을 하고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의 대화가 얼마나 즐거운지 이제야 비로소 절실히 깨달았다. (···)피에르는 하늘을, 아득한 곳에서 사라졌다 반짝였다 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이고,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있고,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다!' 피에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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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의 몸으로 막사에서 지낼 때 피에르는 인간이 행복을 위해 창조되었고, (···)모든 불행은 부족이 아니라 과잉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성이 아닌 자신의 온 존재로, 자신의 생명으로 깨달았다. 그러나 지난 삼 주 동안의 이 행군에서 이제 그는 마음에 위안이 되는 새로운 진리를 또 하나 알아냈다. 세상에는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는 고통에 한계가 있고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 그 경계가 매우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 '삶이 전부야. 삶이 곧 신이야. (···)그리고 삶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신을 자각하는 기쁨이 있어. 삶을 사랑하는 것은 곧 신을 사랑하는 것이지. (···)얼마나 단순하고 분명한가?' 피에르는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이제껏 그것을 알지 못했을까?'


* 피에르는 안드레이 공작에 대해, 그와 자신의 우정에 대해, 그와의 이런저런 만남에 대해, 무엇보다 보로지노에서 마지막 만남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 삶의 이유가 보이지는 않았을까?' 피에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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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행복이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하려는 말입니다." 그는 나타샤를 향해 말했다.


* 그는 말을 멈추고 두 손으로 얼굴과 눈을 쓸었다. (···)"내가 언제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직 그녀만을 , 내 평생 그녀 한 사람만을 사랑했습니다. 그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사랑합니다."


* 나타샤가 큰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난 아주 많이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그 소박한 말,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떠오른 눈빛과 표정은 두 달 동안 피에르의 끝없는 회상과 해석과 행복한 공상의 대상이 되었다. (···)'난 아주 많이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아, 얼마나 행복한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 정말 행복하다!' 피에르는 그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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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렌카 볼콘스키가 눈을 반짝이며 피에르에게 다가왔다. "피에르 아저씨 (···)만약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버지는 아저씨의 의견에 동의하셨겠죠?" 그가 물었다. 피에르는 문득 자신이 이야기하는 동안 소년의 내면에서 얼마나 특별하고 독창적이고 복잡하고 강렬한 감정과 사유의 작용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 그는 꿈에서 투구를 쓴 자신과 피에르를 보았다. (···)피에르는 아버지, 즉 안드레이 공작이었다. 아버지는 형상과 형체를 지니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 니콜렌카는 그를 보면서 사랑으로 나약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버지는 그를 어루만지며 애처로이 여겼다.


* '난 하느님께 오직 한 가지만 구하겠어. 플루타르코스의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게 해 달라고. 그럼 난 똑같이 해내겠어. 더 잘 해낼 테야.' (···)니콜렌카는 가슴을 옥죄는 흐느낌을 느끼고 울음을 터뜨렸다. (···)'피에르 아저씨! 아,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그런데 아버지는? 아버지! 아버지! 그래, 난 그분조차 흡족해하실 그런 일을 해내고 말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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