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강과 같다 - <부활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89번.

by 이태연


톨스토이가 말년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절대적으로 선하지는 않죠.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들에게서 정신적인 '부활'의 가능성을 발견해냅니다. 궁극적으로 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흘류도프의 시선 >> - 주인공으로 공작이며 근위대 중위입니다. 순수한 사랑을 느꼈던 카츄샤를 겁탈했던 일을 기억에서 지운 채 자유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12년의 세월이 흐른 후 배심원으로 참석했던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된 카츄샤를 다시 만나게 되죠. 그는 죄책감에 카츄샤에게 용서를 빌며 결혼을 결심하고, 그녀의 석방을 위해 애쓰게 됩니다.



* 네흘류도프는 스스로도 몰랐지만 순수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카츄샤를 사랑했고, 그의 사랑은 그를 위해서나 그녀를 위해서나 타락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됐다. 그는 그녀의 육체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와 그런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움을 느꼈다.


* 이 모든 무시무시한 변화가 그에게 일어난 것은 단지 그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타인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타인을 믿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결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었으되 그 결정이 언제나 정신적인 나를 거스르고 동물적인 나를 위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였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믿으면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타인을 믿으면 주위의 칭찬을 들었다.



안띠구와 스타벅스




*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사랑이 하나의 신비였고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과감히 인정하지 못했던 시절, 사랑이란 한 번뿐이라고 믿었던 시절, 예전의 그 시절하고는 달랐다. 지금 그는 사랑에 빠졌으며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또한 스스로에게 숨겼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그 감정으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렴풋하게 알았다.


*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는 언제나 그 사랑이 정점에 이르는, 그 안에 의식도 이성도 심지어 관능도 전혀 없는 순간이 있다.


* 전쟁이 끝난 후 카츄샤를 만날 기대를 품고 고모들 집에 들렀다. 카츄샤가 그 집에 없다는 것, 그가 출발한 직후 출산을 위해 떠났다는 것, 어디에선가 아기를 낳았고, 또 고모들이 들은 바로는 완전히 타락해 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가슴을 옥죄는 아픔을 느꼈다. (중략) 하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 깊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이유로, 그들을 찾는 데 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다가 점차 자신의 죄를 잊더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됐다.




안띠구와 스타벅스



* 내면에서 말하기 시작한 후회의 감정에 그는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중략) 방들을 어지럽혀 주인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엉망이 된 것들을 보라고 야단맞는 강아지 신세가 된 느낌이었다. 강아지는 깽깽거리며 자기가 저지른 결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가서 그것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완고한 주인이 놓아주지를 않는다. 네흘류도프도 이미 자신이 저지른 짓의 모든 추악함을 깨달았고, 주인의 강한 손도 느꼈다. (중략) 지난 세월 동안, 지난 십이 년 동안 그 범죄와 그 이후의 모든 생활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기적적으로 가려 준 무시무시한 장막이 어느새 흔들리고 있었으며, 그도 이미 이따금 장막 뒤편을 흘깃거리고 있었다.


* 그 시절 그는 앞길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활기차고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리석고 공허하고 목적도 없고 보잘것없는 삶의 그물에 사방으로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는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굳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


* '감옥에 가서 그녀에게 말하고 날 용서해 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래, 필요하다면 그녀와 결혼하겠어.' 그는 생각했다. 정신적인 만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이 생각이 오늘 아침 유난히 그에게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 인간은 강과 같다. 어디에 있든 물은 똑같고 변함없다. 그러나 어느 강이나 좁고 빨라졌다가 다시 넓어지기도 한다. 잔잔해지고, 깨끗해지고, 차가워지고, 탁해지고, 따뜻해진다. 인간도 그렇다.




안띠구와 스타벅스



<< 카체리나 미하일로바 마슬로바의 시선 >> - 애칭은 카츄샤입니다. 겁탈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되고 네흘류도프 고모집에서 쫓겨난 후, 매춘부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독살 사건에 휘말려 죄가 없음에도 수감되고 맙니다.


* 그 끔찍한 밤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선을 믿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그녀 자신도 선을 믿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 아무도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하느님이며 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모두 그저 남들을 속이기 위해 그럴 뿐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녀가 사랑했고 또 그녀를 사랑했던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았다 - 그는 그녀를 희롱하고 그 감정을 모욕하고는 그녀를 버렸다. 그는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다른 나머지 사람들은 훨씬 더 나빴다. (중략) 모두가 자신을 위해,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만 살았고, 하느님과 선에 대한 모든 말은 속임수였다.


* 십 년 동안 그녀는 어디든 가는 곳마다 네흘류도프부터 늙은 경찰 서장이며 감옥 간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필요로 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를 원하지 않는 남자는 보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온 세상이 정욕에 불타는 사람들, 사방에서 그녀를 노리는 속임수, 폭력, 돈, 술수 등 모든 가능한 수단으로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집합소로 보였다. (중략) 삶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삶을 그녀와 똑같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범주에 매달렸다. 그런데 네흘류도프가 그녀를 다른 세계로 끌어내려는 것을 직감하자 그에게 저항했다.



<< 카체리나 미하일로바 마슬로바의 말 >> - 애칭은 카츄샤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간 네흘류도프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덧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


* 전 징역수고… 그리고 당신은 지주 나리고 공작님이에요. 그런데 왜 나랑 얽혀서 스스로를 더럽히려 해. 당신의 공작 영애에게나 가 버려. 내 몸 값은 10루블짜리 지폐 한 장이야. (중략) 죄를 느끼는지… 그때는 그렇게 느끼지 않고 100루블을 찔러 줬죠. 그게 네 몸값이다…


* 당신은 날 통해 구원을 받고 싶은 거야. 이생에서는 내게서 즐거움을 얻고, 저세상에서는 나를 통해 구원을 얻으려 하다니! 당신이 혐오스러워.









<페이지 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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