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아닌데?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학생들을 보며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생각을 끌어모아 상담을 해주곤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진로에 대해 그리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일 때의 나는 그냥 나중에 내가 당연하게 교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의 힘이 그리 강한 건지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교사가 되어 있는 나를 돌아보며 가끔 신기하기도 하고. 교사가 아닌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잘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 일하며 가장 신나는 순간은 단연 수업에 들어갔을 때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마음에 찜찜함이 있어도, 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질 때도 수업을 잘하고 나오면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느낌이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살아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원래도 에너지가 밝은 편이기에 아이들 눈에는 더 그렇게 보일 수 있을 텐데, 종종 아이들은 나에게 ‘선생님은 직업 만족도 최상이시죠?’라는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한다. 어딘가 들킨듯한 부끄러운 마음에 ‘너희 다들 속고 있는 거야~’하고 웃으며 넘기지만 사실인 것 같다. 아이들 눈은 정확하다. 학교 안에서 생기는 수많은 관계에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또 그 속에서 엄청난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와 만나면 당연한 듯이 당장이라도 교사를 그만둘 수 있을 것처럼 인생 계획을 짜곤 하지만, 사실 학교에서 나는 행복하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다가 고등학교로 옮기니 아이들과 나이 차이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어른 같은 선생은 되기 어렵다고 빠른 결론을 내려서 정말 친구(같은 교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전한 공간 속에 공부하고, 노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그 즐거움에는 당연히 막연한 미래라는 두려움이 뒤따라오기는 하겠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학생들 중에 ‘친구였으면’ 싶은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아이들이 보인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교사인 것인 행복하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인생의 친구를 만나고, 그 속에서 나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