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 남편은 탈모다

탈모 남편을 둔 아내의 이야기

by 울산의 카프카

우리 남편은 대머리다. 대부분의 여자가 그렇듯 나 역시도 내가 대머리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하고 연애를 시작할 때의 남편은 스타일 좋은 핸섬한 남자였다. 머리를 다듬으러 부산까지 미용실을 간다고 했을 때는 참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가발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러다 연애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을 무렵, 남편과 함께 담양으로 여행을 갔다. 저녁으로 같이 바비큐를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눈물을 보이며 대머리를 고백하던 남편! 그 순간의 당황이란!


생각도 못했었던 일이었기에 몰래카메라인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는 온갖 생각이 드는 와중에 점점 크게 오열하는 남편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다. 왜 나는 일 년 동안 눈치채지 못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사람은 왜 지금에야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그것도 이 먼 담양까지 온 이 상황에서! 그렇게 보면 참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남자였다. 이때 배신감에 치를 떨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오열하는 남편에게 괜찮다고, 대머리인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한 결과 우리는 지금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날 힘들게 남편을 달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씻고 나오니 처음으로 머리를 오픈하고 수줍게 날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보고 아..농담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현실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싫은 티를 내거나 놀란 표정을 지으면 힘들게 용기를 낸 남편이 상처를 받을 것을 알기에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애써 웃으며 귀엽다고,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다시 한번 위로를 해주었다. 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계속 보다 보니 탈모라서 그런가, 머리카락이 얇아서 진짜로 머릿결도 부드럽고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위기의 순간이 무사히 끝이 났다.


나는 거짓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처음 소개팅을 했을 때 자기가 대머리인걸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나는 과연 이 사람을 만났을까?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호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거부감을 느끼고 외면했을 것이다. 내가 담양에서 그 충격적인 고백에도 화를 내지 않고 남편을 외면하지 않은 건, 남편이 비록 머리는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대머리일지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꿈과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내 눈에 콩깍지가 덜 벗겨졌을 때라 그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남편이 멋있어 보여서 대머리인 게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연애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가장 큰 치부를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그 치부를 나에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남편을 외면하지 못했다.


지금은 남편과 그때의 일을 웃으며 말하곤 한다. 그때 오열한 거 기억하냐고, 혼자 두고 도망갔었어야 한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었다고 말이다. 남편도 대머리에 민감하던 시절은 어디 갔는지 이제는 좀 많이 편안해진 모습이다. 그래도 스타일에 민감한 사람이라 잊을만하면 새로운 가발, 좋은 가발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대머리는 머리에 돈이 별로 안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다. 어중간한 대머리는 일반 머리숱 풍부한 남자보다 더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여보..주식 대박 나면 그때 진짜 좋은 가발 사줄게.


그러니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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