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강대리'를 처음 본 날

처음 그를 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by 양지드림

하필 야근이 이어지던 10월 초, 서늘한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6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전사 브리핑, 각 부서에서 새로 투입된 인력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슬리퍼를 끌며 피곤하게 앉아 있던 내 눈에 들어온 건 낯선 이름과 함께 소개된 신입 대리의 얼굴이었다.

"이번 분기부터 신규 프로젝트 운영팀에 합류하게 된 강대리입니다."

깔끔한 베이지톤 수트를 입고,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마친 그는 다른 신입들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학벌도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갔다. 소문이 무성했지만, 당시엔 그냥 또 한 명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자꾸만 그에게 눈이 갔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그는 항상 책상 앞에 앉아있었고, 점심시간엔 이어폰을 꽂고 뭔가 열심히 보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슬며시 들려오는 대화 속에서 그는 이미 ‘다주택자’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다.

“그 사람, 오피스텔이 두 개래.” “스물아홉이라던데, 어떻게 그렇게 모았대?”


같은 나이, 같은 회사, 같은 급여 테이블. 그런데 왜 나는 매달 마이너스고, 그는 자산가가 되었는가.

나는 강대리를 통해 처음으로 '비교'라는 감정을 직면했다.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다. 무언가 나와 다르게 사는 삶,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각.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조용히 그의 삶을 관찰하고, 질문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부동산에 투자했고, 아기를 키우며 작가로 활동했고, 주말마다 부동산 시세를 체크하며 공부했다. 단순히 ‘돈을 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고졸 출신', '96년생', '자산가'라는 키워드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성장과 선택의 기록이다.

강대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

이야기는 그렇게,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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