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타이레놀은 이제 그만!
뇌수술 이후 왼쪽 편마비만큼이나 나를 괴롭혔던 것이 바로 두통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두통이 이토록 괴로운 질환인지 몰랐다. 피곤하면 잠깐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 타이레놀(현재 명칭은 타세놀) 한 알로 충분히 괜찮아지겠지. 이렇게 안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내가 겪은 두통은 쉬이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두통으로 인해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갈 줄은 누가 알았을까. 더 속상한 것은 그렇게 응급실에 가서 채혈 등 각종 검사를 해도 두통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담당 선생님은 나의 두통이 뇌 수술 후 뇌가 안정화되는 과정 속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와... 정말 두통이 심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날은 머리 뒤쪽이 은근하게 무겁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타이레놀과 적당한 휴식이면 어느 정도 괜찮아진다. 문제는, 누군가 망치로 내 뒤통수를 꽝꽝 반복적으로 내려치는 것 같은 고통이다. 타이레놀로는 도무지 소용이 없어서 그보다 더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곤 했다. 너무 아파서 울고 싶은데, 우는 것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하니 눈물을 꾹 참고 구급차가 오길 기다리던 시절. 지금은 그때보다는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의 가방에는 휴대용 약통에 타이레놀이 가득 들어있다.
"그냥 두통만 없어도 살겠다."
편마비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지만, 죽을 정도로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통은, 차라리 두통이 있는 머리 부분만 누가 통으로 도려내 주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힘들었다. 두통이 삶의 질을 이렇게나 떨어트리는지 이전의 삶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나 머리가 좀 아프네.'라고 하면 제일 먼저 놀라는 게 나다. 오버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두통! 절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이에게, 어제 잠 못 잤어? 진통제는 먹었어? 얼마나 됐어? 계속 심해지면 병원 꼭 가봐. 이렇게 따발총처럼 걱정을 쏟아붓고 나서야 안도감이 든다.
최근에는 자꾸만 남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다. 본인 말로는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고,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 것 같다는데 영 걱정이 된다. 이렇게 두통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건강 염려증까지 불러들였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프다는 건 정말, 괴롭다. 타인의 인정과 욕망을 욕망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오늘의 내가 건강히 살아 있음에, 자유롭게 걷고 뛸 수 있음에 만족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병'에 걸리면 그 많던 욕망은 '건강' 보다 한참 후순위가 된다. 그러니 오늘도 그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를. 그저 건강하기를. 당신의 오늘에 평안이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