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의 < 나는 개다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개를 키우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나온다. 유튜브에서도 어찌나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많은 지 침을 질질 흘리며 보게 된다. 나도 이런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내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물렸다.
유치원을 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 종일 혼자 있을 알콩이를 생각해서 집안 곳곳을 노즈워크장으로 만들었다. 거실에는 사과조각들을, 주방에는 바나나를, 베란다에는 쿠키를 놓아두고 사료도 넉넉히 담아 주었다. 요즘 살이 쪄서 살짝 사료를 줄여 주었는데, 기가 막히게 알고 좀 예민해진 알콩이다. 아마 오늘은 아주 행복한 식사가 될 것이다.
수요일이라 나도 도시락을 싸서 들고나가려다, 종일 혼자 심심하게 있을 알콩이가 안쓰러워 다가가서 뽀뽀도 해주고 하루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려 했다.
그 순간!
알콩이는 내 발을 물었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이 놈이 미친 건지 문 발을 놓지 않았고 나는 들고 있던 도시락 가방으로 알콩이를 쳐냈다. 자기도 놀랐는지, 아님 잘못한 걸 아는 건지 소파 밑으로 잽싸게 도망쳤다. 나는 통증으로 발가락을 잡고 끙끙거렸다.
출근시간이 임박해서 나는 그대로 나와 운전하며 가는데 발가락에 저미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고 엄지발가락과 검지 발가락이 점점 붙어버렸다. 아,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도착해 신발을 벗으니 하얀 양말 사이로 피가 고여 나왔고 발가락 두 개가 퉁퉁 부어 있었다. 보건실로 가서 소독하니 선생님이 "큰 개를 키우시나 봐요?" 하신다. 그럴 리가! "아뇨, 요만한 미니 비숑 키워요..." 하며 민망해했다. 상처가 꽤 깊어 항생제를 맞아야 한단다. 점심시간에 잠시 가서 3일치의 약과 주사 2대를 맞고 와야 했다.
이 미친 작은 개를 어찌할까! 나는 소심한 복수를 했다. 홈캠으로 보니 알콩이가 앉아있길래 소리를 틀어서 "야 이 미친 000아! 너 오늘 저녁은 없을 줄 알아!" 하고 소리쳤다. 화가 좀 가라앉는다. 하지만 진짜로 화가 난 건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알콩이에게 인사하는 거지만, 개입장에서는 자기 밥그릇을 뺏어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을 거다. 더구나 강제 다이어트로 안 그래도 배고픈데 얼마나 불안했을고! 에구 알콩이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그냥 잠시 내 사랑도 모르고 나를 물다니, 하는 섭섭함이 있었을 뿐.
에구 이 참에 나도 <나는 미친 개다>라는 책이나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