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vs 폭식

영혼의 다이어트

우리는, 때때로 과식(過食, overeating)을 하면서 삽니다. 종종 그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식은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배가 터질 듯이 불러서(포만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먹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폭식(暴食, binge eating)은 과식과 결이 다릅니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엄청난 음식량이 들어가는데도, 배가 터질 듯이 배불러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30대 중반인 S는 주부이자,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중등도의 비만으로, 건강을 위해 체중 조절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무릎과 발목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체가 좀 더 비만했었기에, 운동하기 전에도 무릎에는 종종 불편함을 느끼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에, 활동량도 많은 편이었지만, 지난 4~5개월 동안 체중이 10kg이 넘게 더욱 증가한 상황이었습니다. 식사가 그리 규칙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식사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주된 문제는 폭식이었습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폭식은, 대부분 한밤중이나 새벽에 이루어졌습니다.


한밤중에 반복되는 폭식에 대해서, 그녀는 처음에는 그냥 잠이 안 와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에, 그녀는 그 이유를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남편과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채,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다툼에 지치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잠들고 난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먹었던 것이었습니다. 울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먹기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나는 그녀의 정서적인 폭식량은 상당했습니다. 큰 사이즈의 딸기 두 상자, 쵸코 콘 아이스크림 5개, 또는 중간 크기의 케익 한 상자 등으로 배를 가득 채우면, 그제서야 머리가 멍해지면서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몇 개월을 반복해왔다고 했습니다. 체중은 부쩍 늘어났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오전 내내 온몸이 부어있고,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느껴지고, 또 늘어난 체중으로 인해 남편이 더 소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상체 비만에 소양인의 경향을 가진 그녀가, 친구들에게 이 사정을 얘기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한밤중에 마음의 상처들을 꾸역꾸역 음식과 함께 속으로 넘겼으니… 병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T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중을 듣고 나면, 언제부터인가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초코파이 2 상자를 짚어 들곤 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간식거리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초코파이는 그녀가 좋아하던 간식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초코파이를 골랐다고 합니다. 초코파이를 사는 날에는, 비닐봉지 2개가 넘는 과자들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는, 소파 앞에 기대듯 앉아서, 사온 과자들을 펼쳐 놓았습니다. 평소에는 소파 위에 앉는 그녀였습니다. 그리고, 별 관심도 없는 TV 프로를 보면서 초코파이부터 입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늘상 초코파이부터라고 그녀는 몇 번을 되뇌었습니다. 그 모든 간식거리를 단숨에 먹고 나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토하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며, 그녀는 제 앞에서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폭식 이후의 보상하는 행동들, 이를테면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낸다거나, 운동을 3~5시간을 한다거나, 설사제나 이뇨제 등의 약물을 복용해서 섭취한 칼로리를 모두 소비하는 행동들을 역시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면, 식이 장애인 신경성 폭식증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이러한 증상이 의심되는 한 여성의 맥을 짚으면서, 제가 그녀의 손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제게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제가 손을 넣어서 구토하는지 확인하시는 것이죠? 표시 날까 봐, 저는 손수건으로 손을 감싼 다음에 토해요.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이후에 화장실에 손수건을 들고 들어가요…”


먹은 것을 강제로 토해내기 위해 손을 입안에 넣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손등에 치아가 부딪혀 발생하는 상처인, 러셀 사인(Russell's sign)을 예방하기 위해서, 그녀는 손수건으로 손등을 감싸 왔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아래의 질문들 중 많은 부분에 본인이 해당된다면, 신경성 폭식증 (Bulimia nervosa)에 해당될 수 있으니 전문가를 찾아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참조: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폭식의 경험이 3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한번 폭식을 하면 1-2시간 내에, 일반인의 2-3배를 먹는다.

일주일에 1-2번은 꼭 폭식을 한다.

폭식을 할 때는 전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폭식 이후에 구토제, 설사제, 이뇨제 복용이나, 장시간의 운동을 하곤 한다.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어, 숨어서 폭식을 한다.

폭식을 할 때, 정말 기쁘면서도 죄책감이 든다.


R이 저를 찾아왔을 때의 몸무게는 30kg이 채 되지 않았었습니다. 예쁘고 똑똑했던 그녀는, 외국의 대학으로 진학을 했었습니다. 낯선 환경이었지만, 그녀는 대학 생활을 해나가면서, 언제부터인가 다이어트도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성공한 그녀였지만, 그녀의 체중은 계속해서 빠져가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대학 관계자는 그녀를 집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일정 체중이 되어야만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도록 조처했습니다. 심성이 여리고 고운 그녀의 이야기를 더 밝힐 수는 없지만, 그녀와의 치료 과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제가 한국을 떠났었기 때문에, 늘 제 마음 한 켠에 그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은 신경성 거식증(Bulimia Nervosa)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많은 부분이 본인에 해당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조: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저체중임에도 비만이 될까 봐 두렵고 불안하다.

자신의 체중과 외모를 뚱뚱하다고 인식한다.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고, 먹더라도 매우 소량만 먹을 수 있다.

먹고 나면, 구토하거나 설사제나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장시간의 운동을 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체중이나 외모는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3회 이상 연속적으로 월경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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