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고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아가길 바라며..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우리에게, 꽤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애기 어릴 때 가면 기억도 못하는데~"
맞다. 기억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하는 스펀지 상태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에 준하는 비행기값(거의 80%를 낸 듯하다)을 내고, 이 고생 저 고생하면서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이유는 대단하지 않다.
아이가 부분 부분, 순간순간,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엄마아빠와 함께한 여행이 '즐겁고 행복했다'로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걸 몸으로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
뮌헨에서의 두 번째 날은 님펜부르크 궁전으로 간다.
뮌헨 외곽에 있는 궁전인지라 버스도 타고 트램도 탔다. 아이도 설레는 표정으로 세상을 구경한다. 아빠가 들고 온 고프로를 스스로 들고서는 창밖을 찍어보기도 하고, 트램 안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궁전 앞에 도착해서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거대한 건물에 매료된다. 건물을 좋아하는 나는 얼른 들어가서 보고 싶은데..
우리 딸은 수로를 따라 걸으며 나뭇가지도 줍고, 새들도 구경하고, 돌멩이를 주웠다가 또 더 큰 막대를 줍기도 하며 한순간 한순간 본인만의 재미로 길을 걸어간다.
나는 애타는 마음에 얼른 오라고 몇 번을 재촉했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겠거니 조금 더 여유롭게 놔두었어야 하나.. 후회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파워 J 둘이서 가는 여행은 시간대별로 일정표가 짜여있는데 아이와 함께 여행한 이후로부터는 대략의 목적지와 동선만을 확인하게 됐다. 왜? 어차피 짜도 내 맘대로 안되니까ㅎㅎ
오늘도 님펜부르크 궁전을 돌아 빅투알리엔시장에 들러 시청사만 다시 보고 돌아가는 일정.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자꾸 들어가자고 놓고 앞으로 가라고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러자고 온 여행이 아님에도 종종 실수를 하는 엄마라 다가오는 여행에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반성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 입구에 도착.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고 건물로 들어간다. 아이를 앞세워 건물 내부를 돌아보며 방마다의 화려함과 다채로운 색감에 또 새롭게 감탄을 한다.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내려와 있던 방. 아이는 너무 예쁘다! 눈을 반짝이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맑게 웃으며 신기한 포즈로 찍힌 사진이 남았으니, 아이는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이방 저 방마다 흥미롭게 다른 점과 신기한 점을 찾아서 이야기하면서도 크게 소리 지르거나 뛰어다니지 않는 제법 얌전한 딸이라서 관람에 크게 지치거나 힘들거나 민폐 되는 일이 없었지만 항상 마지막 코스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선물 하나씩을 쥐어 주게 되었다.
물론, 내가 기념품가게를 좋아하는 것이 더 큰 이유겠지만ㅋㅋ
방마다의 관람을 끝내고 정원으로 나간다.
역시나 대단한 규모의 정원이라 다 걸어서 볼 자신이 없었고, 아이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지켜보기로 한다.
아이는 아이인지 전체의 형태보다는 국지적인 소재들을 좋아했다. 꽃이 예쁘다거나, 돌이 둥글다거나, 새가 날아와서 앉았다거나 하는 것들.
그게 무엇이든 아이에게 흥미롭게 기억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곧고 길게 뻗은 산책길을 걷고 숲을 느끼며 가을의 뮌헨을 다양한 색으로 기억하면 좋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에게 뮌헨은 뭐가 기억에 남냐고 물었더니,
"음.. 맥주축제 가서 아빠랑 탔던 범퍼카랑~ 큰! 궁전에 반짝반짝한 등이랑, 거기서 주웠던 나뭇가지.. 근데 그 나뭇가지 가지고 왔어? 어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