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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주 Jul 17. 2023

꼬마여행자와 7박 9일 독일여행 - 5. 옥토버페스트

우리가 각자의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방법

기다리고 기다리던 뮌헨의 첫날.

(술로 기다릴 만한 이벤트가 뭐 대단한 게 있겠냐만..) 내 음주인생? 에서 가장 기다리던 날이었을 수도 있겠다.

아이는 약간의 뒤척거림만 있을 뿐 생각보다는 잘 잤고, 나는 약간 시차 적응이 덜된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어제 기내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했고, 우리는 부랴부랴 아침을 준비했다.

따로 조식을 신청하지 않고 갔던 상태라 아이는 컵반을, 우리는 맥모닝으로 시작하는 아침.


여기서 또 부연 설명을 달자면,

남편은 아침형 인간, 나는 심야형 인간이다. 그리고 남편은 여행지에서 조깅하는 것을 여행의 묘미로 여기는 사람인지라 이날도 잠든 우리를 두고 뮌헨의 새벽을 뛰고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가 즐기는 오롯한 혼자의 시간 끝에는 우리의 아침식사를 사 오는 미션이 부여되어 있는데, 나는 부스스 일어나서 그가 사다 주는 맥모닝, 빵과 커피, 현지의 아침거리들을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다시 돌아와서,

아이는 평소 제일 좋아하는 미역국밥 컵반으로 맛있게 아침을 먹었고 우리도 맥모닝으로 편안하게 배를 채우고 준비를 해서 길을 나섰다.

약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뮌헨의 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유럽미'가 낭낭하게 느껴졌지만, 그 덕에 기온이 제법 낮았고 쌀쌀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조잘거리는 아이 목소리에도 기대가 가득 느껴졌다.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옥토버페스트!

�옥토버페스트가 뭔지 알아?

�알지~ 엄마가 좋아하는 맥주 먹는 축제라며~




지하철 역을 내릴 때부터 수많은 인파가 함께 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기에 길을 헤맬 염려는 전혀 안 해도 되었다. 다만 우리의 방향이 축제 정문이 아닌 후문이었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고 가방검사를 하고 자유이용권같이 생긴 팔찌를 손목에 둘러준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눈앞에 보이는 다양한 놀이기구들과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지켜보는 재미.


일단 아이와 관람차를 타고 축제장을 한번 조망해 보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려서 한 칸에 8명 정도 함께 타게 되었는데, 독일의 어린이들은 검은 눈 검은 머리의 우리가 신기해 보였는지 연신 쳐다보기에 바빴고(오전-점심쯤 시간이라서 그런가 관광객이 많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겠지) 우리 딸도 파란 눈의 아이들이 신기했는지 '엄마, 저 애는 눈이 파란색이야!'하고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재밌는 상황.

모두가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니 눈 마주치고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즐거웠고, 앞자리의 독일아이가 목걸이로 하고 있던 진저브레드를 내리자마자 사줘야 했다.


생각보다 축제장은 굉장히 컸고, 우리가 예약하지 못한 빅텐트들은 정말로 빅~ 텐트였다.

아이가 즐길만한 다양한 놀이기구들과 간식들이 빅텐트 사이사이와 길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에 아이도 반짝이는 눈으로 옥토버페스트를 즐길 수 있었다.

대략 1~2유로 사이에서 돈을 내거나 티켓을 사서 범퍼카도 타고 빙글빙글 도는 어린이 회전놀이기구도 탔다.


축제 분위기 덕이었을까? 아니면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이유였을까, 뻔하고 흔한 놀이기구 들이었음에도 우리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서 한참이나 놀이기구를 타고 놀았다.

 

맥주와 점심을 즐겨보기 위해 자리를 물색하러 다녔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텐트들에 제법 자리가 있었고 본인 몸보다 큰 솜사탕을 든 아이와 함께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신다.

커~다란 맥주잔에 맥주를 한가득 받아 마시며 아이와 조잘거리는 시간. 촉촉한 소시지를 나눠 먹으며 낯선 풍경에 한구석이 되는 즐거움. 내가 기대했던 옥토버페스트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행복이 있었던 자리였다.

역시 그 다채로움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분명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생각지 못했던 변수들이 생기고 고려하지 않았던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여행을 함께하면 할수록 내가 기대했던 즐거움에 아이의 흥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요령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꿈꾸고 기대했던 여행에 아이의 재미도 더해, 우리가 함께하는 행복을 남기는 시간들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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