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뭇잎이 반짝반짝해~
7박 9일의 일정 중에 아이가 가장 기다렸던 일정. 베를린의 첫날이다.
전날 뮌헨에서 늦은 오후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왔고, 어둑한 밤거리를 헤매고 호텔로 들어오기 급급했다. 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보이는 풍경은 베를린 중앙역과 그 앞에 여러 노선의 트램들, 그 트램을 기다리는 쌀쌀한 출근길의 독일사람(헤헤 나는 휴가지롱ㅎㅎㅎ)
오늘도 아이의 아침은 햇반이다. 내가 제법 한국입맛인데 아이가 나를 닮았나 보다. 짜장덮밥 하나를 야무지게 먹고 첫 일정인 베를린 동물원으로 향한다.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창밖을 보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엄마! 나뭇잎이 반짝반짝해~ 저기 봐봐!"
아이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보도에 흩날려 굴러가는 낙엽들이 정말로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
아이 눈에 보인 아름다운 풍경과 그 풍경을 본인의 해석으로 설명하는 이 상황이, 내게는 이 여행의 의미를 명확하게 실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몽글몽글함을 가득 품은 지하철에서 내려 따뜻한 초코라테 한잔을 야무지게 받아 든 아이와 동물원으로 걸어간다.
우리 아이는 지도와 리플릿을 참 좋아해서 방문하는 여행지마다 꼭 챙겨서 모아두곤 하는데, 이번 베를린 동물원에서도 역시나 야무지게 지도를 들고 길을 찾아 나선다. 엄마아빠는 한 줄 기차가 되어 본인 뒤를 따라오라고..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아이같기도 하고ㅎ
지도에 그려진 동물들을 파악하며 열심히 길을 찾는다.
입구와 가까운 우리에 있던 코끼리도 보고 엄마가 좋아하는 기린 앞에서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사자도 구경한다. 호랑이를 보려고 했는데 호랑이는 없어서 아쉬워하던 중에 발견한 어린이 놀이터.
우리는 거기서 동물원 탐험을 종료하게 되었다.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제법 제멋대로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그렇게 넓다는 베를린 동물원에서 1/3이나 제대로 봤을까? 입구에서 먼 곳을 구경도 못하고 나오게 되었지만 아이가 즐겁고 재밌었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이 동물원은 오롯하게 너를 위한 일정이었으니 그것도 모두 괜찮다.
나와서 가을길을 산책하며 식사할 장소로 이동했다.
스테이크 가게로 아이와 함께 들어갔더니 아이 좌석과 식기, 가지고 놀 색연필과 색칠놀이를 준다. 나가는 길에는 비눗방울도 선물로 주셨다. 아이랑 함께 하는 식사가 눈치 보이지 않아서 너무 편안했던 기억이다.
아이도 야무지게 어린이세트를 먹고는 "땡큐"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예쁜 내 딸.
다음은 대망의 M&M's 스토어.
입구부터 한 발을 떼기도 어려웠고, 3층에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로 요약할 수 있는 장소였다.
야무지게 초콜릿도 고르고 친구들 선물도 사고, 숙소에 엄마아빠 슬리퍼만 있다고 본인 슬리퍼도 사야겠다며 빨간 엠앤엠즈가 달린 실내화도 샀다. 아.. 숙소 슬리퍼는 생각도 못한 준비물이었달까..
아이와 즐겁게 관광과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의 기억에는 베를린 숙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걸 보며 베를린에서의 날들도 즐겁게 기억되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