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도 쉬어가는 시간은 필요하니까
베를린에서의 날들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쾰른으로 넘어간다. 짐을 챙겨 중앙역으로 들어가는데 아이는 또 캐리어에 태워달라고 한다. 첫날에 넘어진 기억 때문에 나는 해주기 싫다고 하고, 아이는 계속 태워달라고 한다. 결국 아빠가 끌어주는 조건하에 캐리어를 탄다. 역시 나는 겁쟁이..
여행 중에 일행이 하나 더 생겼다. 베를린 중앙역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유니콘모양의 몰캉몰캉한 키티인형. 그때 당시 아이가 한참 키티를 좋아하던 때였는데 역사 안의 작은 서점에서 아크릴 상자 가장 하단에 깔린 키티인형을 보고는 바로 구출작전을 펼친 우리 딸. 그 덕에 내내 안고 베고 유용하게 쓰긴 했지만..
이날 유독 아이의 컨디션은 좋지가 않았다. 쾰른에 도착해서도 예약해 둔 숙소가 쾰른역에서 한 정거장 더 움직여야 하는 거리. 걸어서 갈 수 있을까 싶어 거리를 헤매다 캐리어를 끌고 고생만 하고, 결국 한 정거장 표를 끊어 타게 되었으니.. 처음부터 그냥 표 살걸.. 몇 푼 아끼다가 에너지를 고갈해 버렸다.(다만, 한 정거장 타기에는 전철표는 제법 비쌌다고 해명해 보면서)
예약했던 숙소는 강을 끼고 쾰른 대성당이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숙소. 다만 우리가 예약한 방은 성당이 보이지 않는다며 추가 차지를 하고 룸 업그레이드를 할지 묻는다. 고민을 했지만 성당 보러 온 거였고, 아이도 나도 에너지가 없으니 방에서라도 잘 보자 싶어서 업그레이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나도 황홀하게 쾰른 대성당이 펼쳐진다.
그래. 내가 이거 보러 쾰른 왔잖아..
아이도 마음에 들었는지 방에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성당 앞까지는 가보고 싶어서 어르고 달래서 숙소를 나선다. 캐리어를 끌고는 그렇게 멀어 보였던 저 다리하나가, 아이랑 설렁설렁 걸으며 보니 5분도 안 되는 거리. 이래서 몸이 가벼워야 되나 보다 생각하면서..
성당 앞에 가서 아이와 건물을 보며 함께 감탄하고 사진도 찍었다. 너무 높고 뾰족해서 끝까지 나오지가 않아 0.5배 줌으로 바꾸어서 찍었는데도 이상해지기만 하고..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겼음에 의의를 두고 기념품샵에 들려 나폴레옹 향수도 하나 사고, 쾰른성당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도 하나 산다. 아이는 쾰른대성당이 들어있는 스노우볼과 핑크색 하트 (플라스틱) 키링을 하나 골라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친다.
다만, 아이는 더 이상 돌아다닐 의지가 없어 보였고 점점 지쳐하는 게 보여서 나머지의 일정을 위해 일보 후퇴한다. 쾰른은 대상당 봤으니 됐다고 위안하면서 나는 아이와 숙소로 복귀하고 남편은 수제버거를 사러 떠났다.
돌아가는 다리 위에서 멋지다! 잘한다! 를 계속적으로 주입하며 아이를 응원했다. 아이는 내 응원(인지 협박인지)에 힘입어 끝까지 스스로 걸어 숙소까지 입성하였고, 숙소에서 편하게 뒹굴다 보니 에너지도 제법 회복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기침이 좀 심해져서 걱정도 안쓰러움도 심해졌었다.
방에서 해지는 쾰른성당을 보며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이와 넘어가는 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늘이 붉게 변해가는 것과 그로 인해 성당의 색도 변해가는 모습을 함께 이야기했다. 고프로로 사진을 찍는 아이의 모습은 내 프사로도 남았고.
남편이 개선장군처럼 버거를 들고 들어오는데, 그 버거와 함께 쾰른대성당을 보며 먹었던 맥주는 정말 최고였다. 오버를 좀 보태자면.. 1년 동안 고생해서 육아하고 일한 우리에게 적절한 보상은 여행인구만!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면 좀 웃길 수는 있겠다(ㅋㅋ)
쾰른도 아기자기하게 볼게 많은 도시라고 들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어느 정도의 밸런스 조절도 중요하니까.. 우리는 오늘 여기를 휴식의 도시로 결정했으니 온전하게 편안하게 쉬어가기로 한다.
그러기에 창밖의 풍경은 너무도 완벽했고 그것을 즐기는 우리는 행복했다.